임현택(왼쪽)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부산을 방문하던 일정 중에 흉기 습격을 받은 뒤 헬기로 이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체출하고 있다. 단체는 이 대표가 헬기로 서울로 이송되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양쪽 모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흉기 피습 후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과 관련해 의사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최초 진료를 받은 부산대병원에서 충분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轉院)을 고집해 국가 응급의료체계의 질서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고발 단체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평소 주장과 달리
정치인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수술 새치기'라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와 같은 당 정청래 의원과 천준호 의원을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에 대한 업무방해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의 발로이자 국민들보다 내 목숨이 더 소중하다는 진료 패스트트랙, 수술 새치기 습관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직 국회의원 보좌진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의원 본인 및 가족·지인의 빅5 병원 진료 패스트트랙'이라며, 이같은 부정 청탁이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이런 불합리가 횡행하는 것을 모른 채 자기 순서 진료를 한없이 기다리다가 죽어가고 있는 국민들"이라며 "이로 인한 희생자들 중에는 암환자나 중증외상환자 같은, 치료시기가 정말 중요한 환자들이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또 "응급실 현장에서는 개인적인 이유로 상급병원으로 (옮겨)가겠다는 환자들에 대한 대응이 무엇보다 어렵다"며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지방 응급실에서는 이미 이송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나도 가겠다'는 환자들이 늘고 있고, '왜 이송과정에서 내가 돈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가덕 신공항 부지 근처에서 60대 남성 김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왼쪽 부위를 다쳤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 대표는 당일 오후 헬기를 이용해 서울 종로구 연건동 소재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보호자인 이 대표의 가족들이 서울대병원 전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대표를 처음 진료한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이송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최고 수준인 권역외상센터 규모나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경정맥 손상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꼭 옮겨 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두고 소청과의사회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국가지정외상센터로 작년에 치료한 환자 수는 약 1600명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권역 외상센터"라며 "(반면)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는 서울시가 지정한 외상센터로 지난해 환자 수는 200여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이송이 소방청의 지침상 119응급의료헬기 요청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체는 "이 사건 당시 부산 지역에는 소방헬기가 총 2대 있었지만 이 중 한 대는 교체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노후화해 실제로는 1호기 위주로 운행하고 있었다"며 "이 대표가 비의학적 특권의식으로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하는 동안 부산 지역은 사실상 '119응급의료헬기 공백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약 (의료진와 판단과 별개로) 이 대표 측이 이송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119 이송체계가 아닌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 했다"며 "지역 간 의료격차를 적극 해소하겠다더니 그에 반(反)하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이송을 두고 그동안 '지역 필수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기조와 대치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상태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더라도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가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외상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도 이 대표의 쾌유를 빈다면서도 "지방 붕괴를 막기 위한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이번 사건이 일어난 점도 의미심장하다. 응급헬기로 서울대병원에 간 것은 부산에 신공항이 생겨도 서울의 공항을 이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았다.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피습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및 치료 경과에 관해 브리핑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반면 이 대표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지난 4일 공식 브리핑에서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며, 전원 역시 부산대병원의 요청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치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렀는지, 어느 부위를 찔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병원에 외상센터가 없다는 (일각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21년부터 다수의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날 정 의원과 천 의원, 민 교수를 직권남용·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