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 이 여성은 영아 살해로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까지 억대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8)씨 사건 2차 공판을 열었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A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추가로 기소한 사기 사건이 병합돼 첫 심리가 이뤄졌다.
A씨는 지난해 7월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수년간 사기 범행을 일삼았다. 대상은 주로 전 연인이다. 이때는 이미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고 난 이후다.
추가 기소된 사건을 보면 A씨는 돈을 빌려주면 갚겠다며 가로챈 데 이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몰래 사용하면서까지 피해자 명의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A씨는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1억6500만 원을 뜯어내 대부분 도박에 사용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추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나, 진 재판장은 검찰에 "공소사실 중 일부는 누구로부터 무엇을 편취했는지 불명확하다. 취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월 22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앞서 지난해 5월 서귀포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B군이 장기간 검진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친모 A씨를 조사했다.
서귀포시는 B군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A씨 진술이 오락가락하자 수사를 의뢰했다.
당초 A씨는 "대구에 있는 친부가 아들을 키우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해 보니 친부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A씨의 진술도 계속 바뀌자 수상하게 여겨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이 통신수사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A씨 진술의 모순이 드러나자 A씨는 자백했다.
A씨는 2020년 12월 23일 0시쯤 서귀포시 자택에서 생후 3개월 된 아들 B군 얼굴에 이불을 덮어 숨지게 한 혐의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숨진 B군을 도내 한 해안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다만 B군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유기한 장소도 현재 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