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반도체 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오는 2047년까지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도 남부권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민간 기업이 약 622조원을 투자해 364만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이지만, 차세대 노광장비를 선점하지 못하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민간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전력‧용수 공급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평택과 화성, 용인, 이천, 판교, 수원 등 경기 남부에 모인 반도체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포함한 산업단지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지난해 발표된 바 있다. 이날 발표에서 정부는 인프라·투자환경과 생태계, 초격차 기술, 인재 등 4대 중점과제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19개의 생산 팹과 2개 연구 팹 등이 가동 중이다. 정부는 2047년까지 민간 투자를 통해 총 16개 팹을 새로 구축해 300만명 이상 직간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여의도의 7배인 2100만㎡(제곱미터)에 달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에선 2030년쯤 매달 웨이퍼 77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소부장과 팹리스 등 협력업체들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650조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직접 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 협력 강화를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는 반도체 전공 학생 20여명을 포함해 이우경 ASML 코리아 대표도 참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별도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지난 네덜란드 순방에서 결정된 삼성전자와의 공동연구 팹(fab) 투자 등을 협의된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ASML의 차세대 설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인텔이 선점했지만, 삼성전자와의 R&D 연구센터 공동투자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미를 둔 것이다.
15일 오후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 직후 ASML는 첫 하이 NA EUV 장비를 인텔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하이 NA EUV는 2나노 미만 초미세 공정에 핵심 설비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2나노급 제품 공정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 인텔의 장비 선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브리핑에서 "첨단 EUV 장비가 몇 달 먼저 (인텔로) 들어간다고 해서 지금 갑자기 우리의 반도체 (산업) 경쟁률이 바뀌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점했을 경우, 국내 기업이 유리한 상황 아니냐라는 질문에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과 관계없이 사전에 (인텔과 ASML) 내부에서 (남품) 협약이 됐던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NA EUV 관련 R&D 센터 건립에 더 무게를 뒀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ASML은 올해 안에 1조원을 투입해 공동 R&D 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지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려는 이유가 바로 (장비 선점 등) 그런 것 때문"이라며 "기술력으론 미국을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그래서 이런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어 집적단지를 만들고 이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ASML과의 공동 R&D 센터 건립은 여전히 MOU(양해각서) 수준에 머물고 있어 부지와 시기, 인원 등 주요 사안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안에 부지를 확정하고 착공 준비 단계에 착수할 것"이라며 "부지 예정지가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업계 내에선 민간 기업 간 계약이라 언급을 꺼지지만, 국빈 방문의 급을 감안하면 큰 변수가 없을 경우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데 무게가 실린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 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고 해서 바로 (생산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며 "높은 수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생산의 최적화 기술이 사전에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