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건설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방 준 공후 미분양 주택 매수를 유도하며 지방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 워주려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옥석 가리기가 심화된 데 따른 추가 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쓰러지는 건설사들…아직은 지방 중소업체들이 주류지만
16일 법원 공고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부도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는 21곳으로 지난해(14곳) 대비 50% 증가했다. 종합건설사 9곳, 전문건설사 12곳이다.
매달 1~2건 수준이었던 부도업체 수도 지난해 12월에는 8곳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부도난 업체 8곳 가운데 6곳이 지방 건설사였다.
새해 들어서도 보름 만에 건설사 4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정식으로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되고,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처분할 수 없다. 올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은 건설사는 시공능력 176위와 179위인 인천 영동건설, 울산 부강종합건설 등 지방의 굵직한 건설사들이다.
새해 벽두 첫 분양보증사고 발생 현장도 지방
연합뉴스주택분양 보증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 보증에 가입해야하는데 사업주체가 파선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주택분양 보증사고가 발생하며 HUG가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계약금 등 분양 대금을 환급해 주게 된다. 주택분양 보증사고는 2021년과 2022년에는 단 한건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12건이 발생해 HUG가 8513억원을 물어줬다.
새해 벽두부터 나온 주택분양 보증사고 발생지도 지방이었다. 전북 익산시 중앙동에 건설 중인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에서 지난 2일 자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136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더유은'이 시행하고 '거송건설'이 시공하는 민간임대 아파트인 이 단지는 당초 입주가 지난해 10월 말에서 올해 3월로 연기됐지만 시행사가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지방 분양 단지, 청약자 0명인 곳도
설상가상으로 지방 분양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단지들이 청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순위 청약자가 전혀 없거나 한 자릿수에 그치는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일 1·2순위 청약을 마감한 경북 울진군의 '후포 라온하이츠'는 총 60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청약을 마감한 경남 산청군의 '영우 트리지움 2차 주상복합 아파트'도 총 77가구 모집에 단 1명이 청약하는데 그쳤고, 그에 앞선 지난달 20일 청약을 마감한 충남 아산 신창면의 '아산 신창1차 광신프로그레스'도 448가구 모집에 9명이 청약통장을 접수하는 굴욕을 맛봤다.
정부, 대책 내놨지만 업계 반응 뜨뜻 미지근
정부는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관련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10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이를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겠다고 밝혔다. 내년 12월 31일까지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에서 1가구 1주택 특례 등이 유지되는 것이 골자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공사가 끝나 입주를 시작한 뒤에도 여전히 분양이 되지 않은 주택으로 주택 사업자에게는 금융 비용 등으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런 특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후에 적용된다.
준공 후 미분양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업자들에게도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준다는 방침이다. 준공 후 미분양 추이와 분양가 할인 등 건설업계의 자구노력,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공공(LH)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인한 건설사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낮은 이자의 PF 대출 대환보증도 새로 내놓는다. 고금리 PF 대출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저리 PF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 2금융권에서 보증 없이 연 9.5%대로 받은 PF 대출을 1금융권의 연 6%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식이다.
"정부 대책 환영하지만 실효성은 글쎄…쓰러지는 건설사 더 나올 것"
스마트이미지 제공업계에서는 이런 발표에 대해 환영을 표하면서도 이런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방에 다수의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의 당면한 과제는 대출 갈아타기 문턱이 매우 높아진 것인데 정부의 대환 보증 상품 규모는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사업장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지방을 근거지로 둔 건설사들이나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추가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진작 책도 당장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계속되는 고금리와 공사원가 급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것이 근본 문제인데 수요라도 있다면 돌파구가 있겠으나 정부가 내놓은 정도의 인센티브로 수요자들이 지방 미분양 주택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매수 시 양도세 전액 면제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어도 지방 미분양 주택 매수세가 살아날지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책이 나쁘지 않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건 금리인데 금리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최근 분양가를 보면 아무리 세제 혜택을 많이 주더라도 매수자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데 차라리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으로 시장 분위기를 개선시키는 것이 현재 침체된 상황을 개선하는데 주효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