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와 삼성화재 외국인 공격수 마테이, 요스바니. KOVO 제공공교롭게도 나란히 4연패 늪에 빠진 프로배구 남자부 1위 우리카드와 4위 삼성화재가 '도드람 2023-2024 V리그'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는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남자부 상위권 순위표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1위 우리카드부터 6위 현대캐피탈까지 승점 차는 고작 11점뿐이다. 4라운드가 종료되면 프로배구는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해 잠시 숨을 고른다. 하지만 이후부터 시작될 5라운드는 모든 팀이 지금보다 더 숨 가쁘게 달려야 한다. 남은 12경기 동안 한 경기, 한경기에 따라 봄 배구 티켓의 주인이 수없이 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남자부 순위가 요동치기 시작한 건 굳건하던 1위 우리카드의 기세가 비틀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개막 후 줄곧 최상위권에서 여유로운 시즌을 보내던 우리카드가 올해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2월 31일 현대캐피탈전부터 이달 14일 한국전력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 이중 벌어들인 승점은 고작 1뿐. 부진의 원인으로는 불안해진 리시브가 꼽힌다. 흔들리는 리시브로는 성공적인 공격 전개가 힘들다. 우리카드의 4라운드 리시브 효율은 현재까지 28.21%로 7개 구단 중 최하위다.
왼쪽부터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 KOVO 제공'명가 재건'을 노리던 삼성화재 역시 2024년 급격히 상황이 안 좋아졌다. 삼성화재도 지난 2일 OK금융그룹전을 시작으로 16일 대한항공전까지 4연패를 당하며 승점을 1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사령탑 김상우 감독은 지난 16일 대한항공전 패배 이후 "자꾸 고비를 못 넘는다"며 한숨을 지었다. 김 감독은 "리시브도 흔들리고, 득점도 골고루 나오지 않아 어려운 경기였다"고 패배 원인을 짚었다.
반면 OK금융그룹은 4라운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둔 팀이다. 3라운드 전패를 당하며 침울한 분위기 속에 4라운드에 돌입했지만 6경기 전승을 기록했다. 한 라운드에서 6연패 후 다음 라운드 6연승을 거둔 기록은 V-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6연승 동안 승점은 17이나 쌓아 올렸다. OK금융그룹의 대반전은 외국인 에이스 레오(207cm)가 이끌어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오는 3라운드 기간 49%에 머물던 공격 성공률을 4라운드에 62%로 끌어올렸다.
현대캐피탈 역시 4라운드부터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년 말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부침을 겪은 현대캐피탈은 직후 5연승을 내달렸다. 최하위권에만 머물던 순위도 한껏 끌어올렸다. 비록 4라운드 마지막 2경기에서 2연패를 기록중이지만, 1~3라운드에서 보였던 약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기세다.
왼쪽부터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현대캐피탈 진순기 감독 대행. KOVO 제공대한항공도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향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직전 2경기에서 파키스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205cm)의 맹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기록, 1위 우리카드와 승점 동률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비록 우리카드가 대한항공보다 1경기를 덜 치른 데다 승리 수에서 밀려 순위 역전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한국전력의 4라운드 성적도 나쁘지 않다. 2라운드 초반부터 3라운드 중반까지 7연승을 달릴 때 보여준 파죽지세는 아니더라도, 장기간 연패 없이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오고 있다. 이덕에 한국전력도 언제든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승점을 마련해 둔 상태다.
작전 지시하는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 KOVO 제공반면 KB손해보험은 4라운드에서도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시즌 초반 12연패와 3라운드 중반부터 4라운드 중반까지 이어진 6연패가 뼈 아팠다. 지난 9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연패 사슬을 끊어내긴 했지만, 다른 6팀과 승점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진 상태다.
정규 시즌의 ⅔가 지나가는 시점. 모든 팀이 목표로 하는 봄 배구 티켓의 향방은 5라운드 성적에 따라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