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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 돌입한 중동 전쟁, 해상물류 심장 '홍해' 막히나…'공급망' 적신호

산업일반

    장기전 돌입한 중동 전쟁, 해상물류 심장 '홍해' 막히나…'공급망' 적신호

    핵심요약

    美‧후티 반군 충돌, 홍해 물류대란 장기화 우려
    희망봉 우회 선박, 물류비 상승…흔들리는 공급망
    아직 최악 상황 아니지만…호르무즈 해협 확산시 에너지 위기도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국 소유 화물선 지브롤터 이글. 연합뉴스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국 소유 화물선 지브롤터 이글. 연합뉴스 
    미국과 후티 반군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되는 조짐이 일면서 홍해 물류 대란 문제가 커지는 분위기다. 세계 교역량의 약 15%를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와 홍해가 막힐 경우 원자재 수입과 배터리 수출 등 차질이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공급망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인근 민간 선박 공격에 맞서 미군이 반격에 나섰지만 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미군이 예멘의 후티 반군세력을 3년 만에 재차 테러단체로 지정하자,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고 있던 미국 화물선을 공격하는 등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군도 예멘 소재 후티 반군 시설을 공격했다. 최근 미국이 영국과 함께 예멘 수도 사나 등을 폭격한 데 이어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도발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계기가 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해상 운송의 요충지인 홍해에서 무력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후티 반군은 대형 유조선 등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서방 국가들을 자극했고, 자국 선박들에 대한 위협 수위가 높아지자 미국도 본격 전쟁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홍해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중동에서 LNG(액화천연가스)와 석유 등을 싣고 유럽으로 이동하는 유조선은 물론 아시아로 이동하는 수출 선박의 발이 묶이면서 물류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지나는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수에즈운하 지나는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홍해를 오가는 해상 운송 물량은 국제 무역량의 최대 15%를 차지하고 있다. 홍해를 지나 유럽으로 가는 초입에 있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선박들은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인 희망봉을 지나야 한다.
     
    홍해의 우회 항로인 희망봉 노선을 선택하면, 물류 운송 기간도 늘어날 뿐더러 비용도 증가한다. 실제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중국 상하이까지 해상으로 운송할 경우, 희망봉 항로는 최대 열흘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한 원자재를 바탕으로 휴대폰과 배터리, 전기차 등을 가공해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홍해 물류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위기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은 올해 주요 키워드로 '공급망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다수 국가들의 선거를 앞두고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심으로 갈등이 지속될 것을 우려했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보호주의 움직임에 대해 '신규 거래처 발굴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45.9%)와 '주요 자원개발 투자확대'(23.0%) 등으로 대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홍해 물류 대란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더라도 해상 운송에서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지름길인 홍해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서 운송 기간 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에 머물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재는 선박이 희망봉으로 우회해서 돌아가니까 물류 비용이 2배 정도 오른 건 사실"이라면서 "홍해 바로 옆 호르무즈 해협까지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상태론 더 많은 물류 비용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원자재 수급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급망 문제는 결국 원자재를 비싸게 주고 사오거나, 비축하는 등 결국 비용의 영역인 게 많은데 돈을 주고도 못 사올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단 게 문제"라고 했다.
     
    납치한 화물선 위에 서 있는 후티 반군 병사. 연합뉴스 납치한 화물선 위에 서 있는 후티 반군 병사.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우리 정부는 공급망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요소 사태 재발 방지 차원에서 국회는 지난달 경제 안보 품목의 공급망 관리 역할을 규정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법)을 의결했다. 그러나 법안의 시행 시기가 의결 시점 기준 6개월 후인 오는 6월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핵심 광물, 배터리 등 수출 항로가 막히면서 유럽으로 가는 공급망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서둘러 공급망안정화 위원회 구성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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