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도시 계획 전문가인 앨런 말라흐는 그의 새 저서 '축소되는 세계'(원제 Smaller Cities in a Shrinking World)에서 출산율 감소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대부분의 인구 증가는 21세기 종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며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축소 국가의 선두'에 있다고 진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현대화와 도시화가 확산되자 출산율은 급감한다. 1960년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4.98명, 1980년 3.71명으로 줄더니 2018년에는 2.41명으로 급락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로스 다우서트 칼럼니스트는 2023년 12월 2일자 칼럼에서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며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감소할 것이며 2050년쯤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에 이르면 총인구가 4천만 명을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자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85개 도시 중 31곳에서 인구가 줄어들었고,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도시에서 10% 이상 인구가 감소했다며, 한국 인구는 점차 서울 주변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서울 자체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주변 도시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위성도시 인천의 인구는 1992년부터 100만 명이나 늘어났고 안산, 의정부 같은 소도시 인구도 2배 늘었다. 반면 한국의 제2의 도시 부산에서는 같은 기간 40만 명이나 줄었다.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이었던 한국은 2024년 0.68명으로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게 된다.
저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유럽, 불가리아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의 동유럽,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의 인구 감소 현황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 경제적 쇠퇴 등의 현실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사이출판사 제공 그 와중에 점점 '축소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생겨나는 승자와 패자간 격차 등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인구 감소가 자원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지표도 짚어낸다.
인구 감소에서 시작된 주택 수요 감소와 그로 인한 주택 시장의 붕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및 고령 인구 증가로 소비 감소와 생산성 감소, 그로 인한 디플레이션으로 자본 투자 감소, 전 세계 경제 쇠퇴와 글로벌 교역 감소, 인구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는 세수, 고령 인구 부양을 위한 재원 부족 등으로 자본주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서 우리의 경제적 삶에 가져올 파급 효과 역시 살펴본다.
앨런 말라흐 지음 | 김현정 옮김 | 사이출판사 | 4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