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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위축되나…대화 실종된 정부-출판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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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계 위축되나…대화 실종된 정부-출판계 갈등

    출협 "문체부의 수사의뢰?…출협 피의자 신분 아니야"
    문체부 "서울도서전 지원하되 출협 직접 집행은 안돼"
    윤 회장 "유인촌 장관 출판계와 만나야"…답 없는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과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 윤창원 기자·출판협회 제공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과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 윤창원 기자·출판협회 제공 
    지난해 정부의 '출판 카르텔' 발언 이후 출판계와 정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서전 국고보조금 지원을 놓고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출판협회에서 (도서전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서울국제도서전 등 각종 출판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정부 예산 집행과는 무관하게 차질 없이 관련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대응했다.

    문체부 담당 국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사와 환수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출판협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사실관계 확인도 마치지 않고 범죄 혐의도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출협 관계자들을 수사의뢰 했다"며 "윤철호 출판협회 회장을 비롯해 출협 관계자 그 누구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 윤 회장과 주일우 대표는 수사 중이라고 하나 피의자 신분이 아니 "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무리하게 수사 요구를 하고 이를 빌미로 국고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판협회는 오는 6월 26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정부 예산 집행과는 무관하게 차질 없이 관련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후이늠'이다. 조너선 스위프트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네 번째 국가명에서 따왔다. 이곳에서는 의심, 불신, 거짓말, 권력, 전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판협회는 해외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서전이 우리의 처지와 미래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김민수 기자2023 서울국제도서전. 김민수 기자
    11월 29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제1회 국제어린이도서전이 열리고, 캐나다 몬트리올과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도서전 주빈국 초청을 받은 데 이어 타이베이, 볼로냐, 프랑크푸르트, 과달라하라 등의 도서전에서도 한국 출판시장과 작가들을 소개하는 한국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 도서와 출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며 이른바 'K 문학' 'K 출판'에 대한 해외 러브콜이 늘고 있지만 문제는 예산과 홍보 지원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도서전 참가비가 크게 상승해 예산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부 예산이 사실상 끊기면서 도서전 개최와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국고보조금은 약 7억 7천만원(문체부는 10억원 안팎이라 설명)으로 출협 자부담, 도서전 참가사 참가비 등 전체 40억원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

    당장 오는 6월 닻을 올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행사 개최나 참여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시와 공동 개최하는 올해 첫 부산국제어린이도서전은 출판협회가 세계적인 아동출판 도서전인 볼로냐아동도서전에 버금가는 아동 콘텐츠 및 출판 행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와의 갈등으로 규모 수준을 당장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주빈국 초청을 받은 캐나다 몬트리올과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도서전의 경우 통상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학번역원 등과 함께 주빈국관을 운영하지만, 올해 정부와 정부 산하 단체가 불참하기로 하면서 출판협회 단독으로 행사를 치르게 됐다.

    출판협회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행사와 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규모는 지난해 24억 5천만원 수준이었다.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 6억 7천만원, 해외 도서전 주빈국 운영비 10억원, 해외 도서전 한국관 운영비 5억 5천만원 등 모두 30억원 안팎이 책정됐지만 국고보조금 지원을 둘러싼 양측간 고소전으로 확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예산 집행은 요원한 상태다.

    서울국제도서전. 김민수 기자서울국제도서전. 김민수 기자문체부는 국고보조금 사업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을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윤철호 회장과 주일우 대표를 지난해 8월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이에 출판협회는 10월 출판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문체부 공무원 4명을 맞고소했다.

    출판협회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에서 지난해 10월 유인촌 장관으로 교체된 이후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회장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다른 문화업계는 다 만나면서 출판계만 만나지 않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한두 달이 아니라 1~2년 걸리는 경우도 있는 만큼, 장관이 일단 출판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예산 집행도 실행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출판협회 관계자는 "유 장관은 수사가 마무리 되면 대화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수사 진행이 답보 상태에 있어 유 장관 임기 내에 만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국제도서전에 대한 지원은 하되 출판협회가 아닌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을 통해 우회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 창립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4천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 출판단체로, 국내외 국제 도서·출판 행사를 대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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