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회의 모습. 연합뉴스'친이재명계(친명계)' 초선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잇따라 '비이재명계(비명계)' 지역구로 이른바 '자객 출마'에 나선 모양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초선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회의를 토로하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결집만 노리는 것이 아닌 개인의 장점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계 '자객출마'…양이원영→양기대, 이수진→윤영찬
이재명 대표와 양이원영 의원
최근 민주당 친명계 초선 의원들이 비명계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비례)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명계 양기대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기 광명을 출마를 선언했다. 양이 의원은 '기존 지역 정치인'을 주어로 맹비난을 쏟아냈는데, 출마 지역구와 계파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비명계 양 의원을 겨냥한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이 의원은 양 의원을 향해 "시대적 소명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은 외면한 채 지역에서 사적 권력만을 축적해 왔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해 지방선거에서 제왕적이고 반민주적인 공천학살을 자행하며 시민의 대의자가 아닌 사적 관계자만을 챙긴 전형적인 토호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언급했다. 그는 "왜 지난 대선 시기에 제대로 된 유세 한 번 하지 않았나"라며 "당대표가 검찰 독재의 칼날에 난도질 당하는 상황에서 당대표 체포 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졌나"라고 따졌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지난 22일에는 이수진 의원(비례)이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탈당파 모임 '원칙과상식'에 속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친명계를 위시하며 윤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금 성남 중원에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분은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윤 의원의 맞수로 거론된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으로 출마를 포기했고, 이 의원이 뒤를 이어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밖에 친명계 김의겸, 김병주 의원은 각각 비명계인 신영대(전북 군산), 동교동계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계파색 옅은 초선은 연쇄 불출마…"정치가 혐오 생산"
당 안팎에선 친명계의 '자객 출마'가 지난 21대 총선 때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당시 민주당 비례 초선으로 한정해서 봤을 때, 이재정 의원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이자 내리 5선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 지역구에 도전해 이겼다. 박경미 전 의원은 험지 서초을에 도전했다가 낙선했지만, 45%의 득표율로 서초구 역대 당내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총선과 정치 지형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당시에는 친문(친문재인)이 너무 많아서 비문(비문재인)을 깨야한다는 분위기가 없었다"라며 "계파가 다르다며 같은 당 의원을 대놓고 비난하는 식의 출마가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초선 의원들은 반성문을 내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은 모두 11명.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6명이 초선이다. 강민정·김홍걸·오영환·이탄희·최종윤·홍성국 의원으로 이들 대부분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은 "우리 정치는 당파성을 명분으로 증오를 생산하고 있다"(최종윤), "후진적인 정치구조의 한계다"(홍성국), "진영논리에 갇힌 정치 현실에 한계를 느꼈다"(오영환)라며 오늘날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유권자들의 실질적 필요 알아야"…野 "발전적 경쟁해야"
연합뉴스당 안팎에선 강성 지지층에 집중하는 이른바 '팬덤정치'가 정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며 화력이 강한 강성 지지층의 결집만 노리는 것이 지역구민들의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외대 한성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가 곧 당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게 건강한 정치"라고 말했다.
'자객 출마'가 결국 당내 계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정치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집안싸움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국민이 표를 주겠나"라며 "국민들은 이를 정치적 노선 경쟁으로 보지 않고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 때문에 통합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23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기 직전 발언을 자청하며 "예비후보자는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하기보다는 공정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쟁을 하면 좋겠다"며 "자신의 장점과 좋은 정책으로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