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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의 선거운동…'공직선거법' 안 막나,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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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돈봉투 사건'에서 촉발된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이하 먹사연) 같은 비영리법인의 정치 외곽조직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4‧10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후보들이 ○○연구소장 등이 적힌 명함을 내민다. 공직선거법은 ○○연구소 같은 '유사 선거기구'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연구소와 △△선거캠프의 경계가 모호하다. CBS노컷뉴스는 먹사연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 만연한 비영리법인 악용 사례와 제도적 맹점을 짚는다.

[제2, 제3의 '먹사연'은 어디에나 있다②]
이름은 ○○연구원, 하는 일은 정치인 외곽 지원
선거법 "단체나 조직 선거운동 금지"…현실은 달라
현역 의원, 선거운동에 비영리법인 동원 혐의로 기소
선거공약 수집에 출판기념회 준비, 입당원서도 받아
법원은 "법인의 통상 활동" 판단…무죄 확정
"부작용 막기 위한 유권해석, 판례 남겨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연구소, ○○위원회의 실체…알고 보니 선거조직?
②△△연구원의 선거운동…'공직선거법' 안 막나, 못 막나

공직선거법은 '먹사연'과 같은 비영리 공익법인의 유사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제87조는 동창회나 산악회 또는 후보자 재산으로 설립한 기관 등의, 제89조는 사단법인이나 연구소 등 유사기관의 선거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같은 ○○연구원, △△연구소 등이 정치인들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선거법이 모호한데다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설립한 비영리 연구단체(사단법인)를 이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A의원의 사례는 법의 판단과 현실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정치인은 그래"…선거공약 만들고 입당원서 받는 '연구원'


CBS노컷뉴스는 A의원 사건 판결문을 분석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A의원은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지역에서 연구소를 개설해 연구 활동을 하며 지지기반도 다지고 인지도를 높인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2017년 6월 B연구원을 설립했다.

B연구원의 설립 목적 자체가 A의원의 다음 선거 준비였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연구원 설립 이후 A의원은 스스로 이사장을 맡았고, 보좌관 출신 C씨와 언론인 출신 D씨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A의원은 C씨를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낙선을 했지만 4년 후가 있지 않느냐? 그날을 대비해서 B연구원을 설립을 하려고 하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C씨와 D씨의 업무는 대부분 A의원의 선거 준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거운동 예비조직으로서 B연구원의 조직도를 만들었고, 선거공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수집했다. 선거가 다가오자 지인들로부터 입당원서를 받아 경선에 대비했고, 출판기념회 준비, 국회 출입기자와 국회의원들의 연락처 확보, 선거사무실 가계약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A의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 출연 프로그램의 원고와 신문 기고글을 대신 작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예비후보로서 사단법인 대표를 언제까지 겸직할 수 있는지" 등 자신들의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중앙선관위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역을 거짓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사자 "선거운동이라 생각", 법원은 "통상적인 활동"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실제로 B연구원 직원들은 재판에서 자신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인정했다.

D씨는 "연구원이 A의원의 지역구 사람들로만 구성됐고, 관계자 가운데 일부는 실제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발전을 연구하겠다'는 B연구원의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B연구원을 공직선거법 제87조 제2항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 기타 단체' 또는 제89조 소정의 '유사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령 B연구원의 활동으로 A의원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더라도 그 활동 자체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또 선거공약을 준비하고, 지역현안 자료를 수집한 것에 대해서도 'B연구원의 통상적인 업무'로 봤다. '지역 현안에 대해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분석으로 다양한 정책과 대안을 개발한다'는 설립 목적에 부합할 뿐 '선거운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연구원 차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준비한 것도 연구원의 활동 성과를 담은 저서를 발간하는 통상 업무라고 결론 내렸다. '언론 접촉'은 지역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연락처 확보'는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실현한다는 연구원의 설립 취지에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와 D씨의 업무 중 B연구원의 통상업무로 포섭될 수 없는 활동이 확인되고 그 중 일부는 A의원의 정치인으로서의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이들이 수행한 연구원에서의 통상업무와 비교할 때 부차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자격' 선거운동은 합법…"세밀한 판례 남겨야"


법원의 판단 중에는 주목해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재판부는 B연구원 직원들의 선거 지원 활동에 대해 "1회성으로 개인적인 친분 등에 의하여 단순한 부탁이나 호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외곽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개인 자격으로 하는 선거운동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다가 적발되더라도 "개인적으로 지지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인 셈이다.

이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단체 차원에서 선거운동을 했더라도 후보자와 단체의 공모 관계가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또 단체 소속이더라도 그 사람이 개인 자격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인들이 비영리법인을 악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법과 현실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법적인 틈이 존재하는 한 음성화되고 이권에 개입하는 부정한 자금 흐름 등이 계속될 것"이라며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세밀한 유권해석과 판례를 남겨 대응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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