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양승태 대법원 수뇌부가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행정부와 각종 재판을 거래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1심 법원이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지 1811일 만인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의 생일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선고는 잠깐 쉬는 시간을 포함해 약 4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장시간의 선고 절차 끝에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 등 세 명의 피고인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사법부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정부와 각종 재판을 거래했고, 법원 내 비판적 인사에 대해선 정보수집·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정부 입맛에 맞는 재판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9년 1월 24일,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헌정사 첫 전직 대법원장 구속이었다. 검찰은 이어 2019년 2월 11일, 양 전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수사팀장)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하거나,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012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가 승소 취지의 판결에 대한 확정을 미루는 등 재판을 거래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선 "강제징용 관련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행정소송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외에도 법원 내 비판적 법관에 대한 정보 수집, 인사상 불이익 의혹, 헌법재판소 견제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공모·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무죄가 선고된 직후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을 나가며 "당연한 귀결이다"라며 "이렇게 명쾌하게 판단한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