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오는 4‧10 총선에서의 '수도권 탈환'에 국민의힘 일부 전직(前職) 의원들이 가세하고 있다. 당선 경험이 있는 기존 지역구를 바꾸기까지 한 경우도 더러 있는데, 지난 총선 이래 지형이 악화하면서 '물갈이'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수도권에서 '기회 잡기'에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이들의 출마가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데,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경험자'들의 결단이 더 크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중‧성동 갑 지역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노른자 지역구'인 서울 서초 갑에서 공천을 받고 당선됐지만,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뒤 지역구를 바꿔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윤 전 의원은 당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부친은 의혹이 제기된 토지를 매각하고 차익을 전액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강세 지역인 경기 포천‧가평(개편 전 포천‧연천)에서 3선을 지낸 뒤 불출마했던 김영우 전 의원은 최근 서울 동대문 갑 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인천 동‧미추홀 갑에서 낙선했던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 역시 최근 경기 의정부 갑에 출마에 나섰다.
의원직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정부 경험을 토대로 지역구를 바꿔 수도권 '야당 지역구' 공략에 나선 인사들도 있다. 서울 양천 갑 3선, 제주도지사 재선 이후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맞서 인천 계양 을 출마를 준비 중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부산 북‧강서 갑에서 각각 2번의 당선과 낙선을 경험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번엔 서울 영등포 을에 출마한다. 서울 서초 갑에서 3선을 지내고 지난번 동대문 을에서 낙선한 이혜훈 전 의원은 중‧성동 을에 도전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국회의원으로서 의정 경험을 가졌지만 '현역'이 아닌 신분으로 이번엔 수도권 야당 현역들의 지역구를 향했다는 점인데, 이는 최근 들어 불고 있는 당내 '물갈이' 기류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총선 패배를 바탕으로, 특히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전후로 심각하게 대두된 '수도권 위기론' 속 인적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당내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윤창원 기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17일 인천시당과 서울시당 행사에서 연달아 원 전 장관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험지 출마' 사실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던 것은 이같은 '물갈이'를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당내에선 결과적으로 야당 지역구 탈환, 나아가 전반적인 수도권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상대인 민주당에서 '친명' '비명' 계파 공천 논란이 한창인데, 국민의힘에선 최근 영입 인재들과 경험 있는 전직 의원들이 수도권 야당 지역구 출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수도권 의원 역시 "수도권 선거를 둘러싼 당내 인식과 분위기가 '해볼 만하다' 정도로 긍정적이란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휘몰아치는 '물갈이' 기류 속에도 이러한 당내 '경력직' 인사들의 도전이 아직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텃밭'인 대구 중‧남구에 20대 예비후보로 나선 강사빈 당 상근부대변인은 "정치적 경험이 있는 분들이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당이 필요한 순간에 용단을 내려주신 건 큰 의미"라면서도 "아직은 부족하다. 영남권 등에서도 의원직 경험으로 인지도와 조직력을 키운 인사들이 험지로 가고 새 세대에 '기회'를 물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