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서해상에서 순항미사일 초대형전투부위력시험과 신형반항공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주변이 분쟁지역화 될 경우 러시아가 핵전쟁 위협 감소를 명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승인할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러시아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원자력 협력이라도 추진한다면 사실상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지위 승인 효과와 다를 것이 없다는 우려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달 29일 발표한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의도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러북 밀착관계를 고려할 때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커넥션을 과시하며 동북아·한반도 분쟁의 선의의 중재자인양 개입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배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가 북한의 핵전쟁 위협과 도발을 주저앉히는 조건으로 북한과의 원자력 협력이라도 추진한다면 핵보유국 지위 승인이라는 북한의 큰 그림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는 등 대남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한 의도는 한국을 주요 핵 공격대상으로 규정해 "핵무기 사용의 개연성을 높이고 의도적으로 핵전쟁 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미국 등 강대국들이 중재 개입하여 핵전쟁 위기 감소를 위한 협상이 개시되는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 등 후발 핵보유국이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는 핵사용 위기까지 고조된 지역분쟁이 촉진제 역할을 한 만큼, 북한도 지속적인 도발로 한반도를 상시적인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미국과 러시아 등의 개입을 유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미국은 핵을 개발한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제재를 가했지만 각각 중국 견제와 아프간 전쟁 협력을 이유로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NPT 체제와는 별개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승인했으며, 특히 인도와는 원자력 협정까지 체결한 바 있다.
NPT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기존 핵보유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핵 보유를 금지하는 대신 이들 국가들에게 원전 등 원자력 협력을 허용하는 체제이다. 북한은 지난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뒤 핵 개발을 본격화해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와의 원자력 협력이 성사되면 북한은 북방진영으로 제한되기는 하지만 NPT 체제 밖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핵 개발에 대한 NPT 회원국들의 비판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우리는 NPT 밖에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논리로 대응해왔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기할 것을 촉구했을 때 최선희 외무상은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푸틴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민감한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무기거래와 인공위성 협력만이 아니라 원전건설 등의 협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러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3월 러시아 대선이후로 예상되는 푸틴대통령의 평양답방에서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지난해 7월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안내로 북한이 개발한 핵 전략무기 전시회를 참관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계기로 북러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반해 한러 관계는 파열음이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이 최근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편향"됐고 "끔찍해 보인다"고 비난하자,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러시아의 지도자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를 호도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양국 외무부가 서로의 최고지도자를 겨냥해 비판하는 일은 지난 1990년 한소수교 이후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