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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손도 못대요" 천정부지 물가에 손님도, 상인도 울상

사건/사고

    "과일은 손도 못대요" 천정부지 물가에 손님도, 상인도 울상

    전통시장 설 대목 '옛말'…정부, 물가안정 대책에도 단출해진 차례상
    문제는 과일…전년보다 사과 11.1%, 배 19.5% 올라
    시장 찾은 손님들마다 "과일값 무서워 두 개 사려다 하나 산다"
    "설 차례도 갈수록 지내지 않는데…손님이 너무 줄었다" 답답한 상인들

    연합뉴스연합뉴스
    일 년에 한 번뿐인 설 명절 대목을 맞았지만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했다. 설 차례를 챙기는 집도 부쩍 줄어든데다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상인들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시장에서 40년간 과일 장사를 이어온 홍명희(62)씨는 "최근 과일이 너무 비싸니까 손님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예전에는 명절을 맞아 몇백 명씩 왔는데, 오늘은 50명도 오지 않은 것 같다"며 "설 대목은 옛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홍씨는 "전에는 (사과 등 과일을) 10개씩 사 갔는데, 물가도 비싸고 자손들이 오지 않으니 (차례상에) 세 개 올리던 것을 하나로 줄인다"며 "오죽하면 3대째 이어온 가게를 내놨을까"라며 시름을 털어놨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청과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차례상에 올릴 사과를 고르고 있다. 나채영 수습기자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청과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차례상에 올릴 사과를 고르고 있다. 나채영 수습기자
    그래도 마트보다는 가격 부담이 덜하리라 기대하며 전통시장을 찾았던 인근 주민들은 하나 같이 과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영등포중앙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과일 상자들은 구경만 할 뿐, 대부분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구입할 수 있는 채소·고기 등으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과일가게를 찾은 한 손님은 "그나마 시장이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왔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몇 상자씩 사려던 것을 한 상자만 샀다"고 말했다. '귤 5kg 한 상자에 5만 원' 가격표를 보며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가게주인이 "두 상자 사면 4천 원 할인해 주겠다"고 흥정하고 나서자 그제서야 두 상자를 샀다.  

    설을 맞아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펄쩍 뛰어오른 과일 가격에 장바구니를 쉽게 채우지 못했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아예 사지 않을 수도 없고, 사과·배 등 전통적인 제수용 과일 가격은 크게 뛰었으니 그나마 더 저렴한 과일을 찾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사는 장성진(66)씨는 "작년에는 35만 원~40만 원이던 차례상 비용이 과일 가격 때문에 50만 원을 넘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장씨도 이날 영등포중앙시장에서 과일은 포기한 채로 설날 가족과 함께 빚어 먹을 만두 속 재료만 골랐다.

    평소 전통시장을 즐겨 찾는다는 국춘자(56)씨는 "대파·쪽파도 가격이 오르고, 과일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차례 예산을) 30만 원 정도 쓰는데, 올해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 종류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개수를 줄여서 사야겠다"며 씁쓸해했다.

    도림동의 한 마트 과일코너에서 제수용 사과를 집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던 임미향(53)씨는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정도가 아니다"며 "(사과가) 원래 추석 때만 해도 9900원, 조금 좋은 것은 1만 8000원이었는데, 3천 원 이상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서희수(62)씨는 "주변 사람들도 사과와 배 대신 한라봉 등을 대신 사더라"며 "너무 타격이 크다. 명절이라 (차례를) 안 할 수도 없고, 최소한으로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할인코너에서 한 시민이 인하된 가격표를 확인하고 있다. 나채영 수습기자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할인코너에서 한 시민이 인하된 가격표를 확인하고 있다. 나채영 수습기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확인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 9641원으로 전년보다 0.7% 올랐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큰 소고기(-2.7%), 돼지고기(-6.5%), 계란(-11.3%) 등 축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봄 이상저온 현상에 여름철 폭우·우박 피해까지 겹쳐 과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점이 골칫거리다. 특히 사과(10개 기준)는 2만 5263원, 배(10개 기준)는 3만 1631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1.1%와 19.5%나 뛰어올랐다.

    또 전통시장에서 준비한 차림 비용은 28만 3233원으로 지난해보다 2.9% 상승한 반면,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할 경우에는 33만 6048원으로 지난해보다 1.1% 하락했다. 다만 전통시장에서 드는 비용이 대형 유통업체보다 여전히 15.7% 저렴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해 성수품 공급 확대, 정부 할인 지원 강화 등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비축·계약재배한 물량 등을 활용해 10대 성수품 공급량을 평시 대비 1.6배(19만 4000t) 수준으로 확대 공급했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인 590억 원을 투입해 30% 할인 폭을 유지할 뿐 아니라, 2월 들어서는 1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가격이 높은 사과·배 등에 대한 할인을 최대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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