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남성이 '과잉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남성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과 특수상해,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충남 당진시 B씨의 집에 침입해 B씨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하고 B씨와 함께 있던 C씨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전 여자친구인 B씨와 헤어지고 B씨가 A씨의 연락을 차단한 뒤에도 B씨의 차량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B씨의 동생에게 전송하고 B씨의 주거지에 몰래 들어가 물건들을 훔치고 B씨를 휴대전화로 때리는 등 B씨를 쫓아다니며 괴롭혀온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집 창문을 통해 침입한 A씨는 집 안에 있던 C씨에게 먼저 상해를 입힌 뒤, 반격하는 B씨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은 '과잉방위'를 주장했다. 피해자인 B씨가 흉기를 들고 자신을 가격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자신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피해자가 들고 있던 흉기를 빼앗아 범행에 이른 것으로 우발적인 범행이자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공격받아 8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어 응급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법에는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 중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정당방위로, 그 정도를 지나친 경우 과잉방위로 보고 정황에 따라 형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돼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김정남 기자
법원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해 가해한 경우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먼저 흉기를 소지한 상태로 B씨의 집에 침입했고, B씨와 함께 있던 C씨에게도 상해를 입힌 점 등으로 미뤄 공격행위의 성격이 있다고 봤다.
또 B씨가 A씨를 공격할 수 없는 상황 등이 됐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았고 살해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러운데다,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고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줄 것을 간곡히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1심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한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점, 범행 수법이 잔혹한 점,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점,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을 더욱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