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림, 민경아, 박지연, 이충주.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막을 올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는 두 남녀 '제이미'와 '캐시'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헤어지기까지 5년의 시간을 음악으로 풀어낸 송스루 뮤지컬이다.
제이미와 캐시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 있지만 90분 내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제이미의 시간은 캐시와 첫 데이트를 했던 5년 전에서 이별 편지를 쓰는 현재로 이어진다. 반면 캐시의 시간은 5년 후 이별 편지를 발견한 순간에서 첫 데이트를 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지영 연출은 1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5년의 시간 위에 제이미와 캐시를 올려놓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원형 턴테이블과 그 위에 놓인 긴 테이블이 두 사람의 엇갈린 시간을 보여준다. 이 연출은 "모두 자기만의 속도와 시간이 있는데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해 갈등이 생긴다. 회전무대를 통해 두 사람의 심리적인 거리나 관계의 상황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90분 내내 제이미와 캐시는 퇴장 없이 무대 위에 존재한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에도 각자의 시간을 살아간다.
최재림은 "원작과 이전 공연들은 두 사람이 교차하며 무대에 오르는 형식이라서 처음에는 이 얘기를 듣고 당황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해보니 다른 시간대에 있는 캐시의 노래를 들으며 미래나 과거가 보일 때가 있어 신선했다"고 했다. 이어 "캐시의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제이미의 상황을 곱씹으며 캐시와 함께할 희망찬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연은 "두 사람이 다른 시간대에 있기 때문에 시간 순으로 넘버를 함께 부르고 실제 반응도 해주면서 연습했다"고 했다.
제이미 역은 최재림과 이충주, 캐시 역은 박지연과 민경아가 번갈아 연기한다. 네 배우는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도전이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충주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다는 느낌이 왔지만 함께하는 동료, 음악, 서사를 보고 모든 걸 던져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 덤볐다"며 "매일 숙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민경아는 "2인극도, 송스루 뮤지컬도 처음이다. 그동한 출연했던 작품 중 역대급으로 어렵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잘 하겠다"고 했다.
최재림은 "2인극은 '트레이스 유', '타지마할의 근위병' 이후 세 번째인데 이 작품은 배우로서 책임져야 할 분량이 가장 많다. 상대 배역이 존재하긴 하지만 각자의 노래가 진행될 때는 온전히 배우의 힘으로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점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며 "극중 제이미가 23살이라는 점에서도 물리적인 장벽이 느껴진다"고 웃었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002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2관왕(작곡상·작사상)을 수상했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극본·작사·작곡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초연, 2008년 재공연 이후 15년 만에 공연한다.
최재림은 최근 논란이 된 '겹치기 출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많은 공연에 출연하고 있다는 건 배우한테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매 공연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