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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왕좌' 회복 의지 활활…보조금이 '똑똑한' 이유

기업/산업

    日, '반도체 왕좌' 회복 의지 활활…보조금이 '똑똑한' 이유

    TSMC 10조 투자에 보조금만 40% 넘어
    '현금으로 선지'…'품귀' 반도체 장비 확보 도움
    소니, 24년 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월

    일본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지원금으로 투자에 나서는 동시에 전통적으로 강력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보조금, 현금으로 선지급…부담 큰 초기투자에 도움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는 오는 2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지은 1공장 준공식을 연다. 1공장은 이미 가동됐고, 올해 말 2공장도 착공한다. 여기에 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1공장은 △12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16nm △22nm △28nm 등을, 2공장은 6nm급 등 공정 제품을 각각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의 지분율은 TSMC가 86.5%이고 소니 6%, 덴소 5.5%, 도요타 2% 등이다.
     
    TSMC 구마모토현 제1공장. 연합뉴스 TSMC 구마모토현 제1공장. 연합뉴스 
    TSMC와 글로벌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가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며 2나노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현지 공장과는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 반도체 양산 기술이 40나노 수준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기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나아가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등 8개 일본 주요 기업이 합작한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공정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미국 IBM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설비투자에 5조 엔(약 44조 5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1988년 글로벌 점유율 50%에 달했던 일본 반도체는 2021년 6%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하고 최근 2년 동안 2조 엔(약 18조 원)의 예산을 확보해 풀고 있다.
     
    일본 정부는 TSMC가 구마모토현에 1공장을 건설하며 투자한 1조 1천억 엔(약 10조 원) 가운데 40%가 넘는 4760억 엔(약 4조 2300억 원)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했다. 2공장에 투자하는 2조 엔(약 18조 원) 중 9천억 엔(약 8조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라피더스에 3300억 엔(약 3조 원)을 지원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14.5%(4위)인 키옥시아도 차세대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7천억 엔(약 6조 23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2400억 엔(약 2조 1300억 원)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환 기자 황진환 기자 
    이밖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도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핵심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현금으로 선지급한다는 점이다. 최근 품귀 현상이 빚어진 반도체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구입 비용의 80% 이상을 선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크게 증가했는데, 일본 정부가 이런 상황을 활용해 투자를 유지한 것이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박재근 회장은 "일본이 반도체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에서 리더십을 가져가겠다는 의지와 반도체 부활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갖춘 소부장 즐비…미중 경쟁 수혜도


    이와 함께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안보신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현재 일본 기업의 글로벌 반도체 소재 점유율은 56%다. 특히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와 반도체의 성형과 접착 용도로 쓰이는 '폴리이미드'는 각각 90% 수준의 점유율을 보인다.
     
    반도체 식각과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와 반도체 칩을 만드는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도 일본 기업의 비중이 각각 70%와 55%에 달한다. 이처럼 개별 공정에 특화한 소재는 오랫동안 사용됐기 때문에 대체가 쉽지 않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소부장 기업은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신에츠화학 △도쿄오카공업 △아이비덴 등이 꼽힌다.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비중은 전공정 29%, 후공정 44%를 차지한다. 이 같은 점유율에 힘입어 올해 일본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역대 최고였던 2022년 3조 9천억 엔(약 34조 7천억 원)을 넘어 4조 엔(35조 6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반도체 소부장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한 이후 중국은 레거시(범용) 장비 구매를 확대했다. 일본 소부장 기업에서 장비를 주로 확보하면서다.
     
    대표적인 기업은 도쿄일렉트론으로 중국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증권 소진웅 선임연구원은 "중국 규제 이슈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면서 "첨단 장비 도입 불가에 따른 중국 업체의 레거시 공정 장비 도입 급증은 향후 1~2년 간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지난해 소니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 1700억 엔(약 10조 4100억 원)으로 삼성전자(7조 4886억 원)를 앞섰다. 소니가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를 넘은 것은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소니는 글로벌 카메라 이미지센서 시장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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