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태용이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솔로 단독 콘서트 '티와이 트랙'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NCT 공식 트위터티와이 트랙(TY TRACK). 그룹 엔시티(NCT) 리더이자 지난해 NCT 멤버 중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낸 태용의 단독 콘서트 이름이다. 태용의 '음악'이자 '길'이라는 의미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4 태용 콘서트 '티와이 트랙'(2024 TAEYONG CONCERT 'TY TRACK')을 관람하고 나니, 공연과 참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와 무대, 연출을 감상하는 거대한 감상회에 가까웠다. 팬들 역시 응원법을 외치고 환호하는 것만큼 자주, 박수를 보냈다.
콘서트 포스터에도 힌트가 있었다. 검은 수트를 입은 채 카메라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는 태용은 'TY TRACK'이라는 CD 표지를 장식한다. 가수마다 각자 개성을 뽐내면서 앨범 형태도 다양해진 현재가 아닌, 이른바 '표준형'이 존재했던 과거의 CD 모양이다. 앞으로 시작할 곡이 무엇인지를 왼쪽 상단에 표시하고 CD가 돌아가는 움직임은, 마치 오디오에 CD를 넣어 재생시키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 '백 투 더 패스트'(Back to the Past) 땐 아예 음악 재생 플레이어 모양을 화면에 띄웠다.
멘트는 줄이되, 곡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을 들였다.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 '사랑' '이별' '상처' '치유' '자전적 이야기'까지 총 6가지 주제를 두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배치했다. 태용을 뜻하는 커다란 대문자 티(T) 구조물에서 비장한 분위기 속 등장한 미발표 신곡 '콘크리트'(Concrete)부터 '버추얼 인새니티'(Virtual Insanity) '예스'(¥£$) '에이프'(APE) '샤랄라'(SHALALA)가 '아티스트' 섹션이었다. '헐'(H.E.R) '론리'(LONELY) '무브 무드 모드'(Move Mood Mode) '루비'(RUBY) 등 '사랑' 섹션까지 총 9곡의 무대를 공개하고 나서야 비로소 태용은 관객에게 인사했다.
태용 솔로 콘서트 '티와이 트랙' 포스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그다음 토크 시간 역시 '문라이트'(Moonlight) '문 투어'(Moon Tour) '포오포 파일 낫 파운드'(404 File Not Found) '포오포 로딩'(404 Loading) '고스트'(Ghost) '백'(BACK) '해와 달'(Solar Eclipse) 등 여덟 곡 무대를 하고 나서야 찾아왔다. 태용은 "이렇게 멘트가 보기 힘든 콘서트는 또 처음이시죠?"라며 "9곡 만에 첫 멘트를 하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굉장히 시나리오가 잘 흘러가도록 편성돼 있어서 여러분들이 무대에만 집중할 시간을 갖게 하려고" 멘트를 줄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대한 많은 무대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읽히는 세트리스트. 몇 번 없는 멘트 시간에 태용은 곡 소개를 하는 데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의 문을 연 미발표 신곡 '콘크리트'를 시작으로 마지막 앙코르곡 '백 투 더 패스트'까지, 'TY TRACK'을 꽉 채운 23곡 모두 태용이 작사·작곡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라고 명명한 첫 번째 섹션을 두고, 태용은 "제가 생각하는 도시와 제가 생각하는 일적인 얘기를 담아봤다"라고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콘크리트'는 태용이 평소 생각한 도시의 이미지고 '버추얼 인새니티'는 회사에 들어와 보게 된, 모든 게 다 반짝거리는 것만 같은 신세계의 도시 광경이다. 연습생을 거쳐 데뷔하고 돈을 벌게 되면서 '돈'을 주제로 해 '예스'를 만들었지만, 바로 다음 곡 '에이프'에서는 '돈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질문하고, '내가 지금 너무 돈을 좇고 있는데 이건 잘못됐다, 유혹을 떨쳐내야겠다'고 다짐한다.
태용은 첫 곡 '콘크리트'부터 앙코르 마지막 곡 '백 투 더 패스트'까지 총 23곡의 무대를 펼쳤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사랑' 섹션은 사랑하며 겪는 기쁨과 슬픔이 고루 담겼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레드벨벳(Red Velvet) 슬기와 함께한 미발표곡 '로즈'(Rose) 뮤직비디오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사랑' 섹션을 암시한 셈이었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는 '헐', 외롭고 공허한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푼 '론리', 레드벨벳 웬디의 유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피처링이 돋보이는 '무브 무드 모드',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반려견 루비와 보낸 소중한 시간을 추억하는 '루비'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출이 가장 빛났던 구간은 세 번째 섹션 '이별'에 있었다. 첫 번째 미니앨범과 이번 두 번째 미니앨범에 차례로 실린 '404' 시리즈가 특히 그랬다. 힘들었던 시기 본인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을 써 내려간 '포오포 파일 낫 파운드' 무대에서, 태용은 날아올랐다. 길게 뻗은 푸른 빛 사이를 헤치고 공중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와이어로 지탱하며 하늘을 걸었다. 바로 다음 곡인 '포오포 로딩'에서는 네온색 빛이 태용의 얼굴을 비춰 메탈릭하고 '네오'(neo)한 느낌이 강조됐다.
얇은 흰 천을 늘어뜨려 스크린으로 활용함으로써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문 투어' 당시 별이 가득한 검은 밤하늘로 시작한 화면에는 동그란 선이 달 모양처럼 그려졌다. 거대한 보름달과 노래하는 태용이 모두 큼지막하게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와 달' 무대에서는 커다란 장미를 띄운 것이 눈에 띄었다.
위쪽부터 오프닝 '콘크리트'와 '포오포 파일 낫 파운드' 무대 연출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연달아 나온 '고스트'와 '백'은 태용의 퍼포먼스 능력과, 댄서와의 합이 빛난 순간이었다. 침대에 누운 태용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적인 손이 나타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붉은색 테마의 조명은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이후에는 아주 현란하게 흩어졌다. 댄서들의 손에 의해 태용이 움직이는 안무, 눈을 가리고 심장에 손을 대는 동작 이후 강제로 눕혀지는 마무리까지 일관된 흐름이 잘 유지됐다.
'고스트'의 도입에서 그랬던 것처럼 '백' 역시 천장에 카메라를 두어 누운 태용과 시선을 맞출 수 있게 했다. 붉은 끈으로 몸이 묶인 태용은 침대 위에서 일어나지만, 끈을 쥔 댄서들의 주도로 더 단단하게 묶인다. 실시간으로 댄서들과 합을 맞추는 고난도 무대임에도 최선을 다해 라이브 하려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댄서들을 쓰러뜨리고 묶인 매듭을 스스로 풀어내는 마지막 부분에선 약간의 쾌감마저 느껴졌다.
관객 혹은 대중이 태용에게 기대할 만한, '예상 가능한' 부분도 잘 소화했다. '버추얼 인새니티'에서는 그동안 NCT로 들려준 '네오함'이 잘 살아 있었고,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과 품은 고민 등을 소재로 한 랩곡 '에이프'는 태용이 이미 오래전부터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해 온 래퍼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정식 솔로 데뷔곡 '샤랄라'는 아마도 가장 많이 불렀던 곡이라 그런지 가창, 춤, 표정 연기 모든 면에서 어느 때보다 여유로움이 넘쳤다.
이번 공연 세트리스트에 실린 모든 곡은 태용이 작사 및 작곡에 참여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태용은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탭'(TAP)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네오함과 경쾌함 그 사이로 들렸던 '샤랄라'보다, '탭'은 한층 더 귀엽고 발랄한 곡이었다. '탭 탭 태핑 온 미' 하는 후렴은 따라 하기 쉬웠고, 볼과 입술을 톡톡 건드리는 포인트 안무도 한눈에 들어왔다. 노란색과 빨간색을 포인트 컬러로 해 숏폼 콘텐츠 형태가 연상되게 배경 영상을 준비한 것도 생동감을 배가했다.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노래로만 채운 'TY TRACK'은 태용의 색을 잘 구현한 것을 넘어, 태용에 최적화된 공연이었다. '그래 나는 리더/이 도시의 리더'('콘크리트')라며 NCT 리더라는 현재 위치를 상기하는가 하면, 생전 루비를 똑 닮은 인형('루비')을 무대 위에 올리고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영상을 틀었으며, '가장 과거의 나'를 주제로 한 자전적인 이야기 '백 투 더 패스트'를 마지막 곡으로 택해 의미를 더했다.
태용이 속한 NCT 127이나 NCT가 사랑 노래로 활동한 것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기에, '사랑' '이별' '상처' '치유' 등 사랑을 폭넓게 다룬 곡 비중이 높은 것은 의외였다. 여성 댄서와의 커플 댄스로 큰 함성을 자아낸 '헐', 여리고 부드러운 느낌의 보컬이 신선했던 '론리',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이'(Ups & Downs), 떠난 상대를 향해 회의적인 마음을 그려냈지만 듣기에는 편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사랑이 뭔데'를 예로 들 수 있다. 웬디의 달콤한 목소리가 백미인 '무브 무드 모드'는 시즈니(공식 팬덤명 '엔시티즌'의 애칭)가 파트를 부름으로써 '함께 완성'했다.
태용이 미니 2집 '탭'의 타이틀곡 '탭' 무대를 하는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런 어웨이'(Run Away)와 '관둬'(GWANDO)는 1~2층 중앙 관객석 앞에 있는 돌출 무대를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롱 플라이트'(Long Flight) 무대 때는 객석에 깜짝 등장해 팬 바로 옆에서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통로로 발걸음을 옮겨 손을 잡아주는 등의 팬 서비스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연내 입대 예정인 태용은 "제가 없을 때도 다들 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언제 또 이런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면서도 "이렇게 제가 토해낼 수 있는 공연이 10년이 걸렸는데 또 언젠가는 그런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가 계속 여러분과 함께 있을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강하게 클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더 좋은 사람,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서 계속 이렇게 무대 설 수 있는 거니까. 저를 믿어주시면 이런 무대 얼마든지 더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25일 열린 두 번째 날 콘서트에는 NCT 유타, 레드벨벳 슬기, 세븐틴 우지를 비롯해 많은 동료가 응원 방문했다. NCT 공식 트위터
마지막 곡 '백 투 더 패스트'를 부르던 도중, 태용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았다. 태용은 "이 장소(올림픽홀)에서 하는 공연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관객석 통해 여러분한테 가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라며 "또 만나자.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 24~25일 이틀 동안 올림픽홀에서 열린 태용의 첫 솔로 콘서트 'TY TRACK'은 양일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됐다. NCT, 웨이션브이(WayV) 멤버는 물론 레드벨벳 슬기, 세븐틴(SEVENTEEN) 우지, 안무가 바다와 리정, 태터 등 수많은 동료가 응원하러 공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단독 콘서트로 먼저 팬들을 만난 태용은 미니 2집 '탭'을 오늘(26일) 저녁 6시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