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서울병원 진료 안내문. 김수진 수습기자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8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서울 곳곳 대형병원에서는 '의료 대란'이 계속되며 환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이 의료 대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까지 이달 말 재계약을 하지 않고 집단 이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복귀하라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27일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는 진료가 취소되거나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췌장암 환자 이모(49)씨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예약이 바로 다음날 취소가 돼서 삼성서울병원에 왔다"며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개월 내에는 진료를 못 잡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 진료 결과가 나오면 치료를 어떻게 할 건지 결정이 될텐데, 그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조금 불안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장질환이 있는 아내의 보호자로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50대 김모씨는 "아내가 중증 환자인데, 서울대병원은 수술을 언제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해서 여기로 왔다"며 "대전에서 사망한 환자분 이야기가 남일이 아니고 우리 아내도 딱 그 상태다. 피해는 일반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3시간이 넘도록 하염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도 있다. 췌장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신모(70)씨는 부산에서 오전 5시부터 기차를 타고 올라왔지만, 오전 11시가 되도록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신씨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아직 진료를 못 받고 (3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다"면서 "환자 한 명당 40분 대기를 하고 그러니 언제 진료가 가능할 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27일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수납 창구. 김수진 수습기자진료 대기줄은 길다랗게 늘어선 반면, 병동은 전에 비해 텅 비었다. 병원들이 신규 환자의 입원이나 수술 등을 일제히 줄인 탓이다.
림프종이 의심되는 어머니를 모시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30대 임모씨는 "병동이 좀 많이 비어 있다"며 "지난 9일 처음 병원에 왔을 떄는 병동이 꽉 차 있었는데, 지금은 5인실에 어머니를 포함해 두 분만 있다"고 말했다.
담도암 환자의 보호자인 30대 배모씨도 "파업을 한다 한 이후로 옆에 입원해 계시던 분들이 많이 퇴원했다"면서 "어머니는 2인실에 있는데, 지금 비어 있는 병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전했다.
아직 진료에 차질을 겪진 않았지만, 의료 대란이 길어져 영향을 받을까 근심이 가득한 환자들도 있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폐암 말기 박모(76)씨는 이번 의료 대란으로 매일 같이 먹는 약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다.
박씨는 "(폐암 말기라 약을) 하루에 6알씩 먹어야 한다. 21일마다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검사 결과에 따라 약이 나온다'며 "(진료를 못 받아서) 약을 못 받으면 정말 큰 타격일 거다. 약을 받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폐암 말기 환자 이모(57)씨는 아직까지 진료 차질을 겪진 않았다면서도 "다음달 14일 진료가 미뤄진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8년 동안 교수님을 믿고 (치료를 받으며) 여기까지 온 거고, 내 목숨이 걸려 있는 거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불안하고, 목숨이 달린 건데 절대 파업은 안 된다"면서 "우리를 인질로 잡고서는 그걸로 이용하고 흥정하는 건데, 그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80.6%인 9909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약 72.7%인 893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