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4‧10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의결됐다. 총선을 불과 41일 앞두고 이뤄진 늑장 획정에 따른 비판과는 별개로 정치권의 관심사는 여야 간 유불리 계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기 무엇을 얻고, 내줬을까.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현행 253개 지역구가 254개로 늘어난 반면, 비례대표가 47개 의석에서 1석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론 수도권에서 1석 증가했고, 다른 광역권에선 의석수의 증감이 없다. 수도권의 승패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
협상의 주도권은 시종일관 민주당이 쥐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협상력에서 민주당의 우위는 예견됐던 결과다. 협상 막판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압박 끝에 국민의힘의 동의를 이끌었다.
더 큰 맥락에선 거대양당의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관철된 결과이기도 하다. 시민단체와 군소정당들은 비례 의석이 감소한 데 따른 비판 의견을 피력했다.
수도권의 지역구 숫자는 122석으로 1석 늘어났다. 서울이 전체 48개 지역으로 1석 감소했다. 인천은 14석으로, 경기는 60석으로 각각 1석씩 증가했다.
서울에서 노원갑‧을‧병 3개의 지역구가 노원갑‧을의 2개 지역구로 감소한다. 갑과 병이 합쳐진 갑과 을로 재편됐다. 3개 지역 모두 민주당이 확보하고 있다. 인천에선 서갑‧을 2개 지역이 서갑‧을‧병 3개 지역구로 분할되는데 현재 2석 모두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과 인천의 의석수는 1석씩 줄고 늘어나서 총합 측면에선 5석으로 변동이 없다. 5개 지역 모두 민주당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라서 여야 간 유불리에 큰 영향이 없다.
수도권에서 관건은 경기 지역의 변동이 미치는 결과다. 부천과 안산에서 1석씩 감소하고, 하남과 화성, 평택에서 1석씩 증가하게 됐다. 국민의힘 현역이 포함된 지역이 있고, 개혁신당이 겨냥하고 있는 지역도 포함돼있어 가장 첨예한 접전이 예상된다.
우선 부천 갑‧을‧병‧정 4개 지역이 부천갑‧을‧병 3개 지역으로 병합된다. 안산상록갑‧을과 안산단원갑‧을 등 4개 지역은 안산갑‧을‧병 3개 지역으로 합쳐진다. 현행 8개 지역 모두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총 6개 의석으로 2석이 줄어드는 결과는 민주당에 불리해 보인다.
때문에 하남과 화성, 평택에서 늘어나는 3개의 의석 중 2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민주당의 주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새로 생겨난 지역을 집중 공략할 전망이다. 현행 하남과 화성, 평택 6개 의석 중 단 1석만을 보유 중인데, 늘어나는 3개 의석 중 1석만 확보해도 약진이 가능해진다.
국민의힘은 경기 하남에서 하남갑‧을로 분구되는 의석 중 1석과 화성갑‧을‧병에서 화성갑‧을‧병‧정으로 늘어나는 의석 중 1석을 모두 당선시키는 것이 목표다. 하남에서 광역교통시설을 확충하고, 화성의 분구에 따른 지형 변화를 공략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경기도당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총력을 다해 최대 의석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성 3개 지역구를 4개로 분구하면서 동탄 지역이 화성을에서 을과 정으로 분리됐다. 동탄의 분구를 전제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직접 출마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이른바 '반도체벨트'로 묶어 화성을‧정에 이원욱 의원과 이 대표가 출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반도체벨트에는 양향자 의원이 출마한 경기 용인갑도 포함된다.
경기도에선 현행 동두천연천과 양주로 획정돼 있는 2개 지역이 양주동두천연천갑·을로 재편된다. 두 지역의 현역의원은 각각 국민의힘 김성원,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다. 여야 간 획정에 따른 유불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석수의 증감은 없지만, 부산의 상황도 간단치 않다. 남갑‧을 2개 지역이 부산 남구 1개 지역으로 합쳐진다. 또 북강서갑‧을 2개 지역이 북갑‧을, 강서 등 3개 지역으로 분구된다.
부산 남갑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현역이고, 남을은 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지역구다. 국민의힘은 부산 남갑에 박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 반면 민주당은 남갑에 박재범 전 남구청장을, 남을에 현역 박 의원을 각각 단수 공천했다. 민주당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한 셈이다. 이어 1석으로 줄어든 남구 지역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당초 부산 북강서갑에선 현역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지역구를 옮긴 서병수 의원의 맞대결이 성사됐었다. 마찬가지로 북강서을에선 현역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 민주당 변성완 전 부산부시장의 맞대결 구도였다.
두 지역이 북갑‧을, 강서 등으로 3분할 되면서 유·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부산 강서구 지역 공천자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북갑에서 서병수 의원이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반면, 김도읍 의원은 북을과 강서구 중 어디든 당이 원하는 지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1개 지역이 늘어난 만큼 서울 영등포을에서 경선을 포기한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의 차출도 고려되고 있다. 재선 의원 출신인 박 전 장관의 18‧19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지역구는 북강서갑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