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4분기에도 100%를 웃돌며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는 내용이 국체 금융 단체 보고서에 실렸다. 다만 해당 비율 하락폭 역시 세계 최상위권에 속했다는 점은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3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최신 세계 부채 보고서를 보면, 작년 4분기 기준 세계 33개 국가(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조사 결과 한국이 100.1%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부채 규모가 국가 경제 규모를 웃도는 국가로 꼽힌 것이다. 한국 다음으로는 홍콩(93.3%), 태국(91.6%), 영국(78.5%), 미국(72.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유행기 금융 완화정책 등과 맞물려 2020년 3분기(100.5%)에 100%선을 돌파한 뒤 줄곧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로도 부각된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한은이 이자율이나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점차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을 100% 미만으로, 90% 가깝게 낮추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리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IIF보고서에는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이처럼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폭도 크다는 내용도 담겼다. 작년 4분기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동기(104.5%) 대비 4.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4.6%포인트 하락을 기록한 영국에 이어 조사 대상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낙폭이 크다.
때문에 일각에선 올해 GDP 성장률이 한은 예상대로 2.1%를 기록하고, 가계대출 증가세의 완화 흐름도 지속될 경우 연내에 가계부채 비율이 100%선 아래로 약 4년 만에 처음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 371억 원으로 1월 말(695조 3143억 원)보다 7228억 원 늘어났다. 10개월 연속 증가 기록이 이어진 것이지만, 이번 월간 증가폭은 전달(2조 9049억 원)에 비해 크게 완화돼 작년 6월(6332억 원 증가) 이후 최소 수준을 보였다.
은행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일제히 적용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도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변동금리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리변동 리스크까지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의미다.
한편 IIF 보고서엔 한국의 기업부채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5.2%에 달했다.
홍콩(258.0%), 중국(166.5%), 싱가포르(130.6%)에 이어 조사 대상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기업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4.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