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외교부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중간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동일한 취지"라고 밝혔다.
임수석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의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의지가 확인된다면 이를 이행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전날인 4일 미라 랩-후퍼 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특별대담에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올해 어떤 외교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한 핵군축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중간 조치'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중간 조치'에 대해 "역내 및 전세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는데, "특히 현재 한반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위협 감소'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국 조야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스톡홀름 북미실무회담 이후에 실패로 돌아간 뒤로,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무기를 감축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와 제재 해제 조치를 교환하며 신뢰를 쌓아가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 목표(end state)'를 정해 놓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해 회담이 결렬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중간 조치'라고는 했지만, 단계적으로 북한과 협상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여러 차례 공지한 바 있다"며 "북한이 호응해 오고, 실질적 협상이 시작되면 그 단계별로 진행될 수 있겠지만 미리 협상 전략이나 전술을 밝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간 외교 채널을 통해 여러 계기마다 소통해 오면서 입장을 조율할 때 많이 확인됐던 사항이고, 랩-후퍼 선임보좌관이 언급한 맥락에 있어서도 우리 담대한 구상과 크게 차이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의 북한 비핵화 방안은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해당 '중간 단계'의 군사적 의미는 한미연합훈련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북미간 접촉을 통해 연합훈련의 규모 축소, 일시 유예·중단 등의 조치와 북한의 핵동결 조치 교환이 일어난다면 우선 비핵화 협상의 재개 단추를 끼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 북미간 불신 등을 고려할 때 설사 협상이 전개되더라도 '중간 조치'의 범위 규정을 두고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이지 않은 미국의 언급에 대해 북한이 솔깃할 리는 없고, 새로운 협상안 마련을 염두해 둔 발언보다는 대선을 앞둔 미국의 관리적 발언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