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진용 (문화일보 연예전문기자)
여러분 이 노래 들어보셨죠?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4인조 걸그룹 에스파의 이란 히트곡입니다. 이게 중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인데 그런데 이 에스파의 카리나라는 멤버가 그제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습니다. 무슨 상황인고 하니, 최근에 카리나가 한 남자 배우와의 교제 사실을 인정했는데요. 여기에 분노한 일부 팬들이 소속사 앞에서 '어떻게 팬을 배신할 수 있느냐, 사과하라. 직접 사과하라.' 이런 전광판 트럭 시위, 이거를 전개한 겁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연애를 한 것 때문에 왜 사과를 해야 되지? 이게 좀 놀라운 일인데 이게 아이돌 팬덤 세계에서는 반복되는 일이라고 해요. 팬들은 왜 그렇게 분노한 건지, 왜 멤버는 자필 사과문을 써야 했는지 카리나 사태를 통해 본 K팝 팬덤 문화의 문제점 짚어보겠습니다. 문화일보 안진용 기자 연결을 해보죠. 안 기자님 나와 계십니까?
◆ 안진용> 네, 안녕하세요. 안진용입니다.
◇ 김현정> 이번 사태가 뭔지부터 좀 정리를 해 봐야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중국 팬으로 추정되는 팬들이 SM 사옥 앞에다 트럭을 놓고 전광판 시위를 한 거예요.
◆ 안진용> 네.
◇ 김현정> 아니, 카리나 열애설이 어떻게 공개가 됐고 사과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습니까?
◆ 안진용> 사실은 사태가 이쯤 되면 이쪽에 관계가 좀 없는 분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더 있는 거야 할 수 있는데 방금 앵커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이 다예요. 사실. 한 남자 배우를 만났고 이게 공개가 됐습니다. 한 매체에서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서 공개를 했고,알아가는 단계다, 시작하는 단계라고 사실상 교제 사실을 인정했거든요. 그때부터 팬들이 화가 나서 이렇게 트럭 시위를 하고 카리나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그 끝에 결국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게 된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뮨티 캡처]◇ 김현정> 그 트럭이 문구도 좀 무시무시해요. 제가 좀 읽어볼게요. '카리나, 팬이 너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하니?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습니까? 직접 사과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거예요.' 이런 문구가 있고. 또 어떤 트럭에는 '카리나, 팬들에게 미안한 거보다 너는 7년 동안 노력한 자신에게 미안해해야 해. 당신이 직접 당신의 진로를 망쳤어요. 당신의 모든 노력이 하나의 연애 소문으로 인해 모두 부정되고 있어요. 당신은 만족합니까?' 이게 중국 팬들이 아마 이게 번역체로 쓴 게 아닌가, 지금 이렇게 추정이 되고 있는데, 이것 외에도 우리나라 팬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항의 굉장했다면서요?
◆ 안진용> 사실 중국 팬이 보냈든 아니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그 내용이에요. 몇 개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면 7년을 고생한 너한테 부끄럽지 않느냐. 그 이야기인즉 너의 연애는 너를 망친다라는 사실상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 이게 무슨 얘기냐면 그동안 너를 키우고 먹여 살린 건 우리다. 그런데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 결국 너는 우리를 배신한 거다, 이런 논리예요. 결과적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우리에 대한 배신이다. 이 이야기인즉 이 팬이 남성일 수도 있고 여성일 수도 있는데, 적어도 누군가를 만나서 교제를 한다는 것 자체 그리고 이걸 인정한다는 것은 네가 우리가 준 사랑에 대한 배신을 한 거다라고 본인들의 주장을 마치 사실인 양 계속 늘어놓고 있는 거죠.
저는 사실 이 얘기가 경고나 협박이랑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이렇게 기사를 쓰니까 제 메일로 또 잔뜩 왔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냐. 제가 정말 순화시켜서 쓴 표현이고요. 제가 하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카리나가 배신이고 그것 자체가 잘못됐는데 그거를 왜 인정하지 않느냐. 결과적으로 카리나가 자필 편지 사과문을 쓰게 한 것은 스스로 우리가 주장이 맞고 네가 틀렸다는 걸 인정해라고 강요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 김현정> 참 이게 잘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인데 그 트위터에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이 또 있었다고 해요. 이 카리나 씨의 본명이 유지민인데 해시태그 운동으로 '#유지민은 보아라' 이런 걸 붙이는 이런, 이런 운동이 벌어졌다고 하고. 카리나 씨가 결국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저희가 지금 사과문, 자필 사과문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카리나입니다. 우선 많이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고 놀랐을 이들에게 조심스러운 마음이라 이렇게 늦어졌다', 이렇게 쭉 쓰면서 이 사과문, 팬들을 좀 달래는 듯한 이런 느낌이라고 보면 되나요?
출처 : 카리나 인스타그램◆ 안진용> 전형적인 그런 느낌인데 그런데 사과문을 보신 사람들은 좀 이상하다고 느꼈을 거예요. 걱정하고 미안하고 정말로 마이. 이 마이는 팬덤의 이름입니다. '마이들에게 항상 진심이었고 지금도 너무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하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는 내용은 없어요. 통상적인 반성문이나 사과문은 내가 이런 일을 한 것에 대해서 여러분들께 사과합니다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여기서 카리나가 내가 그 남자를 만난 게 잘못됐고 이걸 여러분께 사과합니다라고 하면 팬덤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또 카리나를 좋지 않게 볼 거예요. 왜냐하면 상식에 맞지 않으니까요. 결국 카리나 역시 상식에 맞지 않는 팬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본인이 사과를 해야 되는데 직접적으로 그 정확한 워딩을 넣으면 상식선에서 이상해 보이기 때문에 결국은 그런 주어 빠진 그냥 달래는 듯한, 어르고 달래는 듯한 문구를 써서 사과문을 낼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 김현정>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지금 많은 분들이 문자 보내주십니다만 도대체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연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화가 날 수가 있는가. 거의 협박성 경고 시위를 할 정도로 화가 날 수가 있는가, 잘 이해가 안 간다. 문자들 지금 보내주시거든요. 왜 이렇게 화가 난 겁니까?
◆ 안진용>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내새끼 팬덤'이라고 정의를 하는데요. 어릴 적 어른들이 아이를 너무 극진히 키운 다음에 그다음에 마음에 안 드는 대상과 결혼하려고 할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얘기 꼭 하시죠.
◇ 김현정>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대사죠.
◆ 안진용> 많이 나오죠. 그런데 많은 팬덤들이, 적잖은 팬덤들이 그렇습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너희를, 내가 남들이 알기도 전부터 응원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만들어놨는데 네가 지금 스스로 커리어를 망쳐? 이게 말이 돼? 이건데 여기에 깔려 있는 기저는 제가 볼 때는 이거예요. 유사연애라고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팬으로서 그 연예인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걸 넘어서 그들과 감정적으로 교류를 하고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즉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건 너는 나와 연애 중인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을 만났어. 일종의 바람을 폈네. 이것과 다름없는 거예요. 사실 연인을 만나는데 그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 엄청나게 화가 나는 거죠. 일반 대중이 볼 때는 아니, 팬이 스타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만나서 무언가 하는 것도 아닌데 연애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팬덤들의 마음은 다르다는 거죠.
그리고 모든, 전체 팬덤은 아니고 일부 팬덤의 이야기인데, 그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내 돈을 써서 또다시 트럭을 보내서라도 모두가 알 수 있게 큰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카리나가 이런 잘못을 했습니다. 너는 잘못을 했으니까 사과를 해야 된다고 사실상 강요를 하고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요, 안 기자님,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봐도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연예인 있었어요. 친구들이 다 있었고 그때도 누구 오빠, 누구 누나 하면서 책받침에다가 사진 해 놓고 이런 감정은 다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연예인이 누구와 결혼한다, 연애한다고 해서 어떻게 이렇게 나를 배신하고 이러지 않았단 말이에요. 막 시위를 하고. 이것은 바람이다, 배신이다, 우리에 대한 부정, 이러지 않았어요. 그냥 안타깝네 이런다든지 나 클 때까지 기다려주지, 이런다든지 이랬다면 이게 왜 이렇게 바뀐 거고 언제부터 바뀐 겁니까?
◆ 안진용> 제가 볼 때는 이거는 소속사의 잘못이 큽니다. 기존에 있던 팬덤들은 연예인이 일단 나오게 되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정말 만들어진, 이미 다 완성돼 나온 그들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결정을 하더라도 그들의 선택으로 맡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1997년, 96년 이쯤에 H.O.T가 나오면서 그때부터 기획형 아이돌의 시대죠. 이때는 철저하게 팬덤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즉 굉장히 강한 강성 팬덤이 있으면 대중이 그들을 몰라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고 세계적 스타가 되는 이런 토대가 마련이 된 거죠.
그때부터는 제가 말씀드렸던 '내새끼 팬덤'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즉 '내가 너희들을 만들어서 키웠어.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은 다른 데로 눈 돌리면 안 돼. 오로지 나와 모든 것을 다 함께 해야 돼'라고 하면서 권리를 주장하는 거예요. 또 '그동안은 네가 지금까지 커온 게 혼자 커온 것 같지? 그게 아니야, 너는 내가 키운 거야. 그런데 네가 나의 생각과 반하는 어떤 결정을 해? 이건 잘못된 거니까 너 생각 다시 해야 돼'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결국 이거를 회사들이 부추겼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안진용> 팬덤들을 키우기 위해서 예를 들어서 앨범을 많이 사면 그들에게 영상통화라든지 아니면 이런 팬미팅에도 올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한다든지 돈을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그 팬과 스타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줬어요. 결과적으로 볼 때 내 돈을 많이 쓰면 나는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거는 연애 감정도 그렇잖아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점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죠. 그런데 모든 데이트가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너무 많이 그 사람을 위해서 헌신을 했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통보받았다 싶을 때 어떤 행동을 하냐. 그동안 받은 거 다 돌려줘.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런 경우 있죠.
◆ 안진용> 그렇죠. 이게 결코 이게 합리적인 일은 아닌데 감정의 문제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유사 연애라는 표현을 쓴 거거든요. 이런 식으로 이미 판이 깔려 있기 때문에 그런 판 속에서 생성된 팬덤들이 이런 연예인들이, 자신이 키운 연예인들이 누구와 연애를 한다고 할 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감정을 폭발시키고 이걸 트럭시위라든지 또 다른 여러 가지 형태로 이렇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 김현정> 듣고 보니까 옛날에 저 학창 시절, 저는 X세대인데, X세대들이 학창 시절에 좋아하던, 가수 좋아하고 배우 좋아하던 그때 문화가 이렇게 좀 과격한 팬덤 문화로 바뀌게 된 그 시점이, 그 계기가 우리나라 기획형 아이돌의 시초가 H.O.T잖아요.
◆ 안진용> 그렇죠.
◇ 김현정> 그때부터네. H.O.T의 문희준 씨가 누구하고 사귀니 어쩌니 이런 얘기 있을 때 사귄다고 지목된 가수한테 협박 편지 가고 막 이랬던 일 있잖아요.
◆ 안진용> 그렇죠. 사진에 눈 부분을 이렇게 도려낸 다음에 보내거나 혈서를 써서 보낸 적도 있었고요. 그리고 여러분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2001년 그 당시 god라는 그룹이 국민그룹이었는데 그때 박준형 씨를 회사 차원에서 퇴출시킨다는 발표가 있었어요. 그 이유는 박준형 씨가 한 여배우와 교제를 한다는 이유였거든요. 결국 박준형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서 '나 32살이에요. 32살이면 여자친구 있을 나이 아닌가요?'라고 얘기를 했고 그때 팬덤들이 오히려 지지를 했어요. 처음에는 오히려 회사가 팬덤들이 너무 화가 나니까 공개연애 하는 것 때문에. 그러니까 박준형을 내보내고 나머지 god를 이어가자고 했는데 박준형 씨가 나와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호소를 하니까 팬들이 지지를 해줍니다. 그래서 그게 철회가 돼서 GOD로 활동할 수 있게 됐거든요.
결과적으로 볼 때 기획사들 역시 이런 공개 연애는 팬덤들의 등을 돌리게 한다.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는다라는 판단 하에서 이런 결정들을 해왔고 이 기조 아래서 팬덤들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런 극성 팬덤들이 더욱더 확산될 수 있는 하나의 토대를 마련해 준 거나 다름없다고 봐요.
◇ 김현정> 그러네요. 사실은 이것은 가수에 대한 아티스트의 인권 침해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간다면 KPOP 문화가 상당히 왜곡된 채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을 텐데 한 1분 정도 남았습니다. 어떤 대안이 좀 필요할까요?
◆ 안진용> 제가 볼 때 일단 관계 설정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런 팬덤을 만드는 게 효과를 극대화하는 거죠. 중국 같은 경우는 한 8억 원어치 CD를 산 걸 영수증으로 인증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유사연애가 K팝 팬덤을 만나는 데 가장 효율적으로 본다는 거죠.
결국 근본적으로 막기 힘들다면 장기적으로 보고서는 그들의 목소리, 이게 볼 때 전체 팬덤이 아니라 소수 팬덤의 목소리인데 그게 전체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중요한 건 그 소수의 자극적인 목소리를 언론들이 더 부각시키는 거예요. 그게 다인 것처럼 하다 보니까 결국은 등 떠밀려서 그들이 이렇게 사과문을 내고 주가가 하락하는 영향을 끼치게 되거든요. 결과적으로 언론도 좀 더 중립적인 자세에서 이게 다가 아니고 모두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문화일보 안진용 기자 고맙습니다.
◆ 안진용> 네, 감사합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