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SK하이닉스에서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이 인용됐다. 반도체 시장에서 HBM을 둘러싼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7일 법조계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 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또 위반할 경우 1일 기준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 씨는 현재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 직급으로 입사해 재직 중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A 씨)는 오는 7월 26일까지 미국 마이크론과 각 지점, 영업소, 사업장 또는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자문계약, 고문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자문,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A 씨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메모리연구소 설계팀 주임 연구원, D램설계개발사업부 설계팀 선임연구원, HBM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의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으로 근무하며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22년 7월 26일 퇴사했다.
A 씨는 SK하이닉스 근무 당시인 2015년부터 매년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다.
또 퇴직 즈음인 2022년 7월에는 전직금지 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다. 전직금지 약정에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전직금지 경쟁업체가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전직금지 기간도 2년으로 명시됐다.
A 씨는 전직금지 약정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 마이크론에 입사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가 재직 시 담당했던 업무와 채무자의 지위, 업무를 담당하며 지득했을 것으로 보이는 채권자(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과 정보, 재직 기간, 관련 업계에서의 채권자의 선도적인 위치 등을 종합하면 전직 금지 약정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채권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 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가처분 명령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간접강제를 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종종 이런 일들이 있기는 하지만, HBM처럼 핵심 기술 다루던 일을 하던 사람이 전직금지 약정기간인데 경쟁업체로 간다는게 참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술 경쟁이 격화하며 해외 경쟁 업체로의 기술 유출 우려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HBM을 포함한 D램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되기에 법원의 판결은 적법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