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해외 도피 논란이 총선을 29일 앞둔 여권에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층으로 부상한 2030 남성과 핵심 공략 대상인 중도층에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당은 논란 자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며, 정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이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조치 해제에 대해 "수사기관이 출금 해제에 대해 입장을 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사안을 모르니까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다"라며 "당 대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일 이 전 장관이 낸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해 출국금지를 해제한다며,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돼 온 점 △최근 출석조사가 이뤄진 점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위원장은 공수처, 법무부의 설명을 몰랐다며 말을 아낀 것이다.
이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대하는 한 위원장의 태도는 일관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 8일에는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에 임명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사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상태를 몰랐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라는 것은 형사사법적, 행정적 절차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미리 알거나 하지는 못 했을 것"이라며 "있었던 사건에 대해 제가 특별히 평가할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날에도 "호주라는 나라가 국방 관련 외교 현안이 많은 나라인 것으로 안다"며 "그거 외에 특별히 더 아는 것은 없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지도부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미 밝힌 입장을 반복할 뿐, 이 전 장관의 출국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발언도, 반대로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는 자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에서 그 전에 이미 고발이 접수가 되고 조사를 했으면 될 텐데 조사도 하지 않고 출국금지를 시켜놓고 계속 출국금지만 연장하고 이런 식의 사실은 이해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는데, 이는 전날 대통령실 입장의 반복이다.
이 같은 당내 반응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비판할수도, 그렇다고 옹호할 수도 없는 여당의 난기류가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스타일이 현 정부를 절대적으로 옹호하지도, 각을 세우며 선을 긋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며 "알려진 이 전 장관의 타임 테이블을 볼 때, 무엇을 더 보태거나 빼기도 어려운 이슈라, 신중하게 여론 추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등 중도 표심에 민감한 격전지 쪽에서 일부 공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꼭 필요한 적임자라는 부분만 성급하게 생각하다가 수사절차, 출국 금지 등을 다 놓친 것 같다"며 "저는 굉장히 아쉽고, 어떻게 보면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부분은 충분히 국민들이 오해하실 만한 부분도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해병대 사건 수사외압 대통령 국기문란 특검!, 피의자 이종섭 대사임명 대통령 범인토피 특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소극적 태도를 고수하는 사이 야권의 공세 수위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일 이 전 장관의 출국을 저지하겠다며 인천공항까지 찾아갔던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장관에 대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를 열어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과정 전반을 적극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이번 총선에 윤석열 정부의 5대 실정 중 하나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선정하는 등 이슈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