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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곧 은퇴자로 절반 채운다…저출산 대응 평가할 K-ESG 필요"

사회 일반

    "韓기업, 곧 은퇴자로 절반 채운다…저출산 대응 평가할 K-ESG 필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인구문제 대응이 가성비 최고 투자"
    "핵심노동인구, 2050년 1400만↓…노인부양 산업만 살아남을 수도"
    직장만족도 높으면 결혼·출산 의향 20%↑…"규제보다 지원 중심 평가여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임동근 연구위원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차 인구 2.1 세미나에서 '기업은 인구위기에 왜 대응해야 하는가?'란 주제로 발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임동근 연구위원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차 인구 2.1 세미나에서 '기업은 인구위기에 왜 대응해야 하는가?'란 주제로 발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법정 의무기간인 90일을 초과한 출산휴가와 지원금을 약속한 기업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우수한 기업으로 '공인' 받는다면 어떨까.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인 여성 직원이 원하면 하루 최대 2시간을 단축근로하는 제도를 과반이 이용하는 회사에 최고 가점을 매기는 평가 시스템이 있다면 기업 문화는 어떻게 변할까.
     
    무엇보다 이러한 평가결과가 실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촉진하는 정부 지원 및 민간 투자로 직결된다면, 사용자들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까지 추락한 국내 초저출산의 반전을 꾀하기 위해선 기업을 주도적인 대응 주체로 참여시킬 수 있는 '한국형 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K-ESG)를 마련,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인구위기 대응 K-ESG,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2024년 제1차 인구 2.1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은 평가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1'은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출산율(인구대체수준)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기존의 ESG 평가가 예외적으로 특수한 한국의 저출산 실태를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장기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관련성과 범위에서 '인구문제' 대응 및 기여가 빠질 수 없다는 취지다.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은 '출산지원금 1억'으로 화제가 된 부영그룹 등을 들어 "인구위기 해결의 주체로서 기업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차츰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이 출산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구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한국 ESG연구소가 국내·외 자료를 분석해 만든 'K-ESG'를 두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먼저 '인구위기 피해를 최전방에서 감당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가까운 미래에 인력 절반을 은퇴한 고령자로 채워야 할지도 모른다고도 경고했다.
     
    임동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인용해 "2021년부터 (자연)감소한 우리나라 총 인구규모는 2050년 4300만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는 더 빨리 감소한다. 현재 3700만 수준에서 2300만으로 공급이 1400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정보원이 매년 발표하는 인력수급 전망 자료의 수요 추이와 비교하면, 국내 산업 성장에 필요하지만 부족한 인력은 1천만 정도가 될 것"이라며 "다시 말해, 우리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며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인력의 공급이 매우 우려되는 수준으로 감소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수의 급락보다 더 큰 문제로는 청장년층의 허리가 휘는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들었다. 임 연구위원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핵심노동인구가 생산하는 모든 부가가치가 다시 신규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경제성장은 멈추고, 결국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산업분야만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즉,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라도 저출산 대응을 고민하는 것이 '가성비 높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난해 연구원이 2030 청년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도 기업에 답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묻는 질문에도 대부분 회사 내 지원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효과적인 기업 지원으로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 보장'(25.1%)과 '근무시간 유연화'(23.6%)가 꼽힌 가운데 직장 만족도가 높은 청년들은 결혼·출산 의향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이 결정적 변수인 데 비해 그간 정부의 직접적 지원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응 예산이 매년 증가했다곤 하나 대개 주택지원 등 환경 조성과 관련된 간접지원 형태"라며 "이마저도 고용보험기금 내 모성보호급여 개정에 대한 지원 등 작년 기준 전체 예산의 3.2%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또 인센티브 등의 우대보다는 미이행 사업장 공표 등 '징벌적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의도치 않게 여성 고용을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위원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전략에 인구문제 대응을 녹일 수 있는 방편은 ESG라는 결론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ESG연구소의 한유경 책임연구위원은 여성가족부가 운영 중인 가족친화인증 제도를 포함해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해외사례 분석을 거쳐 새로운 ESG 평가지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총 41개로 추려진 평가지표(심화)에는 △출산 단계 지원 △양육 단계 지원 △배우자 지원 △탄력적 근태 관리 △임직원 삶 지원 △출산·육아 중 고용 보장 △직장 내 차별 금지 △임직원 고충 해결 △지방소멸 대응 등이 담겼다.
     
    이 중 출산·양육과 직접적 연관이 있거나 전문가 검증 결과(델파이 기법) 중요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 지표 26개는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법적 의무수준을 넘어선 보장이 이뤄지는 경우 등엔 점수가 가산되는 구조다.
     
    한유경 한국ESG연구소 연구위원이 '인구위기 대응 ESG 우수기업 평가모델 구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한유경 한국ESG연구소 연구위원이 '인구위기 대응 ESG 우수기업 평가모델 구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다만, 한 연구위원은 향후 K-ESG가 적용된 인증제도 운영 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규모 격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들 입장에선 지금 진행되는 ESG 평가도 대처하기가 힘에 부치는 부분이 있는데, 인구위기 관련 평가가 추가된다고 하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며 "규제가 아닌 지원 중심의 제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증제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게,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를 구성하거나 현장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 등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ESG 평가 결과가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당근'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 활용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광기 ESG경제 대표는 "추후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저출산 문제에 대해 적극 노력한 기업들이 받은 높은 점수가 기업활동에 실제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입찰이라든지 인허가, 여러 정책자금 지원 등에서 우대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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