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임진수 기자백두산이 중국에서 사용하는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에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백두산의 중국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네스코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는 18개 신규 세계지질공원을 인증하는 안건이 논의될 예정인데, 후보지에는 중국 창바이산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안건으로 오른 18개 후보지들은 이미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에서 '등재 권고' 결정이 내려진 곳이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이번 집행이사회에서 그대로 인증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지난 2019년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이번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인증될 후보지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
백두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한민족의 성산(聖山)으로 불렸지만 중국과 북한간 협약에 따라 정상인 천지를 기준으로 백두산의 3/4은 중국, 나머지 4/1은 북한의 영토가 됐다.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설명자료에는 창바이산이 "지질학적으로 북중국강괴 북동쪽 경계와 유라시아대륙, 환태평양조산대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해 강력한 화산활동으로 수백만 년간 독특한 지역이 형성된 곳"으로 소개돼 있다.
또 "창바이산에서는 1천년 전 '밀레니엄 분화'를 비롯해 다단계 분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암종과 복잡한 화산지형이 형성돼 시간에 따른 지구의 역동적인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 실험실과 같다"라고 밝혔다.
국내 학계에서는 중국이 남북한이 모두 중요시하는 백두산을 자신들의 명칭인 창바이산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려는 이유가 '백두산의 중국화' 목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상명 동북아역사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22년 발표한 '중국의 백두산 공정과 대응' 논문에서 "중국은 2006년부터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남북한에서 모두 중시하는 백두산의 역사와 가치를 독점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백두산을 만주족 '성산'으로 선전하고 중국 명칭인 창바이산만 내세워 자신들의 산으로 세계에 소개하고 있다"라면서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며 고구려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규정한 바 있는데 백두산은 발해를 (중국) 고대사로 편입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백두산의 행정 관리권을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길림성으로 넘기는가 하면, 지난 2004년 백두산을 '중국 10대 명산'에 선정하고 주변지역을 개발해 자국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등 백두산의 중국화 작업을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