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전공의도 화물연대도 기댄 'ILO 협약', 고작 3년 전 비준

경제정책

    전공의도 화물연대도 기댄 'ILO 협약', 고작 3년 전 비준

    핵심요약

    결사의 자유 협약, 강제노동 협약 등 2021년 비준
    20년간 비준 지지부진하다, EU 통상 압박에 급진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13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인턴숙소 앞 복도에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업무개시 명령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13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인턴숙소 앞 복도에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업무개시 명령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라며 최근 전공의들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2년 전에도 화물연대가 정부의 협약 위반을 ILO에 진정해 소기의 성과를 냈다. 각각의 ILO 협약은 정부가 비준한 지 3년밖에 안됐다.
     
    23일 고용노동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비준한 ILO 협약은 '8대 핵심' 협약 중 7개를 비롯해 모두 30개다. 핵심협약은 △아동노동 금지 △고용차별 금지 △결사의 자유 보호 △강제노동 금지 등 4개 분야에 각 2개씩의 협약으로 구성된다. 핵심협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2개국이 비준한 보편적 국제규범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1998년 고용차별 금지 관련 협약 2개, 1999년·2001년 아동노동 금지 관련 협약 2개를 비준했다. 아울러 2021년 4월 결사의 자유 보호 관련 협약 2개와 강제노동 금지 협약 1개도 비준됐다.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며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나머지 1개는 강제노동금지 협약 중 하나로, 정치사범 강제노역(징역형) 등의 폐지를 의무화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 상황. 협약이 국내법과 상충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만 국회가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한다. 정부 및 국회 자료 재구성ILO 핵심협약 비준 상황. 협약이 국내법과 상충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만 국회가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한다. 정부 및 국회 자료 재구성
    2001년의 '네 번째' 비준에서 그 다음 협약들 비준까지 20년이나 걸렸다. 정부는 1996년 OECD 가입 때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으나, 정권교체 뒤에나 협약 4개만 비준하는 '절반 이행'에 그쳤다. 2006년과 2008년 UN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 때도 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10여년 뒤 남은 협약 중 3개만 비준했다.
     
    2021년의 3개 핵심협약 비준에는 '통상 압력'이 작용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우리 정부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했었다. 비준하지 않으면 무역제재를 당할 상황이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 주목되는 핵심협약들은 3년전 비준된 것들이다. 2022년 12월 화물연대는 결사의 자유 협약 위반을, 최근 전공의들은 강제노동금지 협약 위반을 각각 다퉜다. 다툼의 대상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다. 업무개시명령이 규정된 법률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의료법, 약사법 뿐이고, 정확히 이들 노동자만 규제 대상이다.
     
    ILO는 "모든 근로자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등의 5개항을 정부에 권고하면서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ILO는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을 형사 처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ILO가 지난 30여년간 수차례 '노조법 등 국내 법체계가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배된다'는 권고를 쏟아낸 점에 비춰보면 간단히 지나치기는 어렵다.
     
    반면 전공의들의 요청은 일단 각하됐다. ILO는 지난 13일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개입(Intervention) 요청을 제기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박단 협의회장에게 "요청 자격이 없다"고 회신했다. 개입 요청 자격은 정부 또는 국내외 노사단체 등 ILO 노사정 구성원에만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ILO 측의 착오가 있다고 보고, 요청자 명의를 전공의협의회로 분명히 적시하는 등 내용을 보완해 ILO에 다시 요청서를 냈다. ILO가 이틀 뒤인 15일 회신한 문건의 수신인은 '박단 회장' 개인으로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ILO가 개인의 요청으로 오인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공의협의회를 대리한 법무법인 로고스의 조원익 변호사는 "15일 ILO 회신을 받고 채 6시간도 안돼 다시 개입 신청을 냈다. 'ILO가 종결 처리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15일 신청 건에 대한 ILO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협의회가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이고, ILO의 개입 가능성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