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스틸컷.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 스포일러 주의
종종 스스로에게 "어느새 훌쩍 어른이 돼버린 나, 잘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세상의 모든 유미에게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가 건네는 건 작은 다정함이다. 이 다정함은 세포들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영화의 엔딩을 마주한 모든 유미의 마음을 향해 한발 다가온다.
유미(윤아영)는 오랜 꿈이던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 후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완벽한 글쓰기 일정을 만드는 스케줄 세포부터 글감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는 작가 세포(이슬)와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린고비 세포까지 모두가 유미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유미의 불안 세포(사문영)를 점점 자라나게 하고, 바비(신범식)와의 흔들리는 관계로 흑화한 사랑 세포(안소이)까지 세포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며 세포 마을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2030, 특히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누적 35억 뷰를 달성한 인기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첫 극장판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감독 김다희)로 원작 팬과 관객들을 만난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스틸컷.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는 언제나 1순위였던 사랑이와 걱정 많은 불안이의 균열로 혼란에 빠진 유미의 행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전지적 세포 시점 프로젝트를 그린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애니메이션 부분 공동 감독을 맡았던 김다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원작에 대한 높은 이해와 연출력으로 첫 극장판이라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의 주제는 유미의 '행복'이다. 극 중 "어느새 훌쩍 어른이 돼버린 나, 잘살고 있는 걸까?"라는 감성세포(박지윤)의 질문은 극장판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한 질문이다. 동시에 영화를 보러 온 세상의 모든 유미에게 묻는 말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꿈은 잠시 묻어둔 채 직장인으로서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진짜 꿈을 잊고 있었던 유미는 어느 날 팀장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사건으로 상처를 입고 퇴사한다. 이러한 유미의 상황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장인의 애환을 녹여낸 영화는 다음을 향해 나아간다.
퇴사 후 유미는 자신의 오랜 꿈이자 잠시 마음에 묻어뒀던 꿈인 '작가'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이는 잊고 있던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직장인이라는 옷을 입고 사회라는 틀 안에 자신을 맞춰서 구겨 넣은 채 살아왔던 유미가 사회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와 두렵지만 새로운 길에 발 디딘 것 자체가 큰 용기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스틸컷.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유미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동반된 이야기가 바로 '이상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 친구 바비와의 관계 정리다. 사랑에 위로받고, 다정함에 안기고, 사랑에 고민하던 유미는 마음이 흔들린 바비와의 관계를 힘들지만 깔끔하게 정리해 낸다.
물론 이러한 이별은 유미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 내지 마음을 덜어낸다는 말은 아니다. 바비와의 이별 이야기의 방점은 유미는 물론 유미의 세포들이 진정으로 바란 것의 중심에 '무엇'이 존재하느냐다.
물론 바비도 유미에겐 소중한 존재였지만, 무엇보다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은 바비가 아니라 유미 자신을 향한 '사랑'이자 '꿈'이다. 바비와의 사랑에는 마침표를 찍었을지 몰라도 그것이 유미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유미는 사랑의 무게 중심을 '자신'에 두게 된다.
세포들이 진정으로 바란 것 역시 유미의 '사랑', 즉 '바비'가 아니라 유미의 '행복'이라는 점이기에 사랑세포가 흑화에서 벗어나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타인과의 사랑만이 유미를 행복으로 채워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님을 말하는 셈이다.
작가로서의 데뷔도, 작가의 길을 걸어 나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고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유미는 모든 고비를 넘어 자신이 진정 원했던 길을 간다는 것의 기쁨과 행복을 알게 된다. 바비와의 사랑을 외치던 사랑세포가 유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던 불안세포를 감싸 안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스틸컷.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영화의 엔딩, 즉 유미의 새로운 도전이자 꿈을 향한 길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디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래서 더욱더 뭉클하다. 인생의 고비도, 좌절도, 실패도, 사랑의 아픔도 겪은 유미가 그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아가길 세포들과 같이 응원할 수밖에 없다.
유미의 행복과 꿈을 향한 여정에서 보이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적 상상력 역시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를 풍성하게 만드는 지점 중 하나다.
화면 분할 편집을 통해 유미의 현실과 세포들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내면 안에서 얼마나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만감이 교차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한 유미의 세상과 달리 세포들의 세상인 세포 마을은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 마법'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화가 부글부글 끓는다는 감정을 화산 폭발로 표현함으로써 마치 폼페이 최후의 날과 같이 아포칼립스로 그려지는 세포 세계, 터미네이터의 등장을 연상케 하는 본심세포의 등장 신, 마치 '요리왕 비룡'의 "미미"(美味)를 떠올리게 하는 바비가 만들어 준 떡볶이를 먹고 '존맛'을 외치는 출출세포의 모습 등은 한계 없는 상상력을 통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한껏 살린다.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스틸컷.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유미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형상화해 보여준 '유미의 악몽 시퀀스' 역시 연출 센스가 돋보인다. 이와 함께 극장판에서는 작화적인 변주가 등장하는 시퀀스가 있다. 풀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영화에서 두 차례 연극 세트 느낌을 지닌 다른 질감의 작화가 등장한다. 두 세포가 연극 무대에 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 역시 극장판이라 할 수 있는 변주로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원작 팬이라면 바비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랑세포와 작가세포의 시퀀스에서 감독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원작 만화 컷을 회상 신에 활용한 것은 원작 웹툰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자 원작 웹툰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시퀀스로 보인다.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는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유미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결국 각자의 방법으로 행복해지고자 하는, 각자의 꿈을 걸어 나가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유미를 응원하는 다정한 영화다. 그리고 모든 유미의 곁에는 우리의 행복을 응원하는 유미의 세포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93분 상영, 4월 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메인 포스터. 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