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사각형 안쪽에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이라는 글이 보인다. 연합뉴스일본 육상자위대의 한 부대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 표현을 사용한 지 사흘 만에 삭제한 가운데, 현지 누리꾼들이 "대동아전쟁이 더 공평한 표현이다", "전쟁 찬미하나" 등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육상자위대 제32보통과 연대는 지난 5일 엑스(X·옛 트위터)에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 이오지마에서 개최된 일미 이오지마 전몰자 합동 위령추도식에 참가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문제가 되자 연대는 8일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 표현을 삭제했다. 방위성 측은 자위대의 활동을 소개하는 것 외 다른 목적은 없었다며 "현재 일반적으로 정부 공문서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글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대동아전쟁'은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용어다. 일본은 1940년 서구로부터 아시아를 해방해 '대동아공영권을 확립'하겠다는 외교 방침을 냈고, 1941년 개전 직후 '서구에 의한 아시아 식민지 침략을 해방시키고 대동아공영권 건설과 아시아의 자립을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 표현은 패전 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에 의해 사용이 금지됐다. 현재는 태평양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이 용어를 쓰지 않아 사실상 금기어로 여겨진다.
야후 재팬 캡처9일 야후재팬 포털 관련기사 댓글란에서는 일본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아사히 신문의 관련 보도에 가장 많은 공감(1.1만회)을 받은 댓글은 "일본의 시점이니 틀리지 않았다. 아시아 내를 근거로 한 전쟁의 호칭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에, 태평양전쟁은 미국의 이미지에 치우친다"(ckl********)였다.
이 댓글에는 "'대동아전쟁'이라는 단어는 일본을 중심으로 식민지권을 형성하기 위한 '대동아공영권'에 기반하고 있다. 이 표현은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었다고 인정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와 다르다. 자위대의 공식 계정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est********), "아시아를 해방한다는 것은 변명일 뿐 식민지의 자원을 미국과의 전쟁에 이용하겠다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다"(cej********) 등의 반박이 이어졌다.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대동아전쟁의 무엇이 실수인가? 도조 히데키(태평양전쟁 A급 전범)는 왜 처형돼야 했나? 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는 일본의 과거 행위에 감사하고 있는가. 전쟁이 빠지면 우리의 정의는 모두 부정되는 것"(Imp**********) 등이다.
일부 누리꾼은 "'태평양전쟁'은 해군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 육군이 드러나지 않는다. 육상 자위대 내부에서는 '대동아전쟁'이 더 일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mid********)며 '대동아전쟁'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자위대 내부의 역사 교육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대동아전쟁'이란 표현은 '전쟁 시작이 조금의 틀림도 없는 올바른 것이었다'라는 문맥으로 사용한 것이다. 자위대에 전쟁찬미자가 있는 것인가?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원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ilu2****)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