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손을 맞잡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파상 공세를 펼쳐온 경기남부 '반도체벨트'에서도 일부 박빙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두라는 4·10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대표 격전지로 지목돼 온 반도체벨트 8개 도시 내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선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 격전지 '반도체벨트'…尹·韓의 '올인'
연합뉴스반도체벨트는 반도체 대기업 본사와 공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가 위치한 경기남부 수원·평택·화성·용인·오산·성남·안성·이천시 등이다.
이들 지역의 기존 국회의석 수는 21개다. 민주당이 17석으로 4석에 그친 국민의힘을 압도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화성과 평택에서 각각 1석씩 지역구가 늘어 모두 23석이 됐다.
이런 가운데 출구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23석으로 벨트를 더 넓혀 전역을 싹쓸이하게 된다.
이 지역은 총선 선거기간 여권이 '한번 해 볼만 하다'며 한동훈 위원장을 필두로 집중 공세를 퍼부어 온 곳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한 위원장은 지원유세를 명분으로 여러 차례 반도체벨트를 찾아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표심을 노렸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한 위원장은 반도체벨트만 10여 차례 이상 방문했다.
23석 모두 민주당 1위 예측, 일부 '초박빙'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상황실에서 개표초반 일찌감치 당선된 의원 이름표에 당선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먼저 삼성전자의 근거지이자 경기도 정치 1번지인 수원시다. 수원갑 김승원(58.2%)·수원을 백혜련(62.8%)·수원병 김영진(57.2%)·수원정 김준혁(54.7%)·수원무 염태영(59.8%) 후보가 모두 상대를 압도하면서 3연속 5개 선거구 석권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민생토론회를 거듭 개최, 반도체 국가산단 정책을 내세워 공을 들인 용인시다. 용인갑 이상식(54.4%)·용인을 손명수(57.5%)·용인병 부승찬(55.0%)·용인정 이언주(53.2%) 후보가 앞설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뿌리인 첨단산단을 품은 성남시에서도 경합 구도 속 민주당 후보들이 앞선다는 예측 결과다. 성남수정 김태년(60.9%)·성남중원 이수진(58.7%) 후보가 국힘 후보보다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서고, 성남분당갑 이광재(52.8%)·성남분당을 김병욱(51.7%) 후보가 각각 안철수(47.2%)·김은혜(48.3%) 후보와 접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외 유수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 화성시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유지한 양상이다. 현역인 화성갑 송옥주(56.0%)·화성병 권칠승(57.3%) 후보는 수성에 가까워졌고, 신설 지역구인 화성정에서는 전용기(56.4%) 후보가 국힘 후보는 물론 민주당을 떠나 개혁신당으로 간 현직 의원 이원욱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화성을에서는 선거 막판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공영운(43.7%)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40.5%) 후보가 접전을 펼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본고장인 평택시 역시 현역인 평택갑 홍기원(56.6%) 후보가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병진(50.8%) 후보는 국힘 정우성(49.2%) 후보와 초박빙 승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평택병에서는 김현정(57.3%) 후보가 현역이자 국힘 지도부 출신인 유의동(39.1%) 후보를 크게 따돌릴 것이라는 조사 내용이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시에서는 이천시장 출신인 엄태준(50.4%) 후보가 국힘 경기도당 위원장인 지역구 현역 송석준(49.6%) 후보 간 초박빙 승부가 예고됐다.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에 선정된 안성시의 경우 윤종군(53.3%) 후보가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학용(44.4%) 후보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결과를 보였다.
선거운동 기간 한동훈 위원장이 여러 번 지원 유세에 나섰던 소부장 단지로 주목받는 오산시에서도 차지호(55.4%) 후보가 EBS 스타강사 출신인 김효은(44.6%) 후보보다 높은 예측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권의 화포 집중 의미 커…지면 타격도↑"
전문가는 여당 측이 전폭적인 정책 지원 약속과 거물급 인사들까지 투입하고도 전패할 경우, 그 만큼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수원을이나 수원정, 용인갑과 정, 평택병 등에서 특히 국민의힘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험지에서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 선거운동에서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대통령 덕분에 이겼다는 근거로 앞세울 수도 있겠지만, 선거 결과 전망이 좋은 것 같진 않다"며 "관성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 기존 판세를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