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수영 부산 남구 후보가 11일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 제공 4·10 총선 개표 결과 부산은 국민의힘이 선거구 18곳 가운데 17곳을 휩쓸었다. 전국 선거 판세와는 상이한 결과에 전문가들은 '정권심판론' 바람이 오히려 보수 결집을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북구갑을 제외한 부산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남구와 사하구갑 등 갖고 있던 2석마저 잃으면서 의석이 3석에서 1석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막판 결집을 만들어 낸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정권심판론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은 투표율이 전국 평균 투표율을 넘어서는 등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이뤄졌다. 이 역시 '개헌 지지선을 지켜달라'는 국민의힘 호소가 통하면서 막판 보수 결집이 이뤄진 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 바람이 너무 세게 분 것 역시 부산에서는 오히려 중도층이 투표장으로 가 심판 선거를 하는 걸 주저하게 만든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진시원 교수는 "부산이 보수 텃밭이라는 게 다시금 각인된 선거다. 전국적으로 정권심판 정서가 강했기 때문에 보수층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본투표 앞둔 2~3일 사이에 엄청난 보수 결집을 이뤘다"며 "특히 수영구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이 40%가 넘는 득표율을 보이는 등 정당 지지율은 많이 끌어올렸고, 박빙 승부처도 11곳까지 늘렸다. 이는 부산에서도 정권심판론이 통했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이번 선거로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가 정권심판론에 따른 보수 결집의 희생양이 됐다"고 덧붙였다.
부산 북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지난 10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공천 등 실패한 선거 전략이 부산에서는 오히려 보수 결집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동서대 사회과학대학 남일재 특임교수는 "선거전 초반만 해도 지역 주민에게 익숙하지 않은 후보나 다른 지역구에서 일방적으로 옮긴 후보를 내는 등 실패한 공천으로 국민의힘에 불리한 여론조사가 계속 나왔다"면서 "특히 수영구처럼 보수 표밭인 곳에서도 위기감이 계속됐는데 결국 초창기에 만들어진 위기감이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만들어내 역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실패한 공천을 유권자가 받아낸 선거"라며 "중진용퇴론과 중진 험지배치, 심판론에 심판론으로 맞붙은 등 선거 전략은 패착이었다. 여당이라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비전적인 이슈를 던져야 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부산 현안 사업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진행된 점 등이 보수 지지표로 보상됐다는 견해도 나왔다.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임석준 교수는 "부산의 경우 엑스포 유치나 가덕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등 정부가 약속한 정책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집행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이 일부 표로 보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선거 결과로 인해 앞으로 주로 국회를 통해 진행될 부산 발전 정책은 더 어렵게 됐다는 어두운 전망도 있었다.
부산대 진시원 교수는 "전국적인 유권자 판단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부산지역은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라면서 "국민의힘은 부산에서는 대승을 거뒀지만 결과적으로 '영남지역당'이 됐다. 거대 야권이 180~190석을 갖게 된 상황에서 부산지역 국회의원 17명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부경대 차재권 교수 역시 "전국 판세와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선거 산업은행 이전이나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 부산 현안 사업 진행은 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특히 산업은행법 개정을 놓고 '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가 보다 심각하게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