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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미래를 품은 목소리⑤]진미정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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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원인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부동의 1위 응답은 경제적 부담이다. 2023년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조사한 '저출산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40%는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13년 전인 2011년 한국리서치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조사에서도 저출산의 주된 원인 중 '자녀 양육비․교육비 부담'이라는 응답이 60.2%로 가장 높고, '소득, 고용 불안정(23.9%)'이 다음으로 높았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적 부담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적 생활은 불안정한데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비용은 부담스럽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연한 결과인 것 같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2011년과 2023년 연 가구소득을 비교하면, 실질 중위소득이 2,311만원에서 3,206만원으로 증가하였다. 평균 가구원 수는 2.7명에서 2.2명으로 감소하였고, 합계출산율은 1.24명에서 0.72명으로 감소하였다. 단순 비교만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지난 13년 동안 평균 자녀 수는 줄고, 가구소득은 증가하는 추세인데 여전히 경제적 부담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다.  
 
2009년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서문희 외, 2010)에서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구는 양육비용으로 자녀 한 명인 경우 85만원, 두 명인 경우 132.4만원, 세 명인 경우 158.7만원을 지출하였다. 그로부터 14년 후 이루어진 아동수당 수급가구(0~7세 이하 자녀) 대상 이소영 외 연구(2023) 결과를 보면, 1인당 양육비는 영유아가구 월 63만원, 6~8세 73.2만원, 9~11세 80.3만원으로 액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3년 동안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을 위한 현금성 급여가 여럿 도입되었다. 중앙정부에서는 첫만남꾸러미, 아동수당, 부모급여 등의 현금성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현금급여나 출산장려금이 자녀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여럿 있는데,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예비 부모가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이 줄지 않았다. 이소영 외의 연구(2023)에 따르면, 예비 부모(무자녀 신혼가구)들이 예상하는 자녀 1명당 월평균 양육비는 140만 7천원인데 이는 실제 부모들이 지출하는 양육비의 두 배 수준이다.

진미정,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교수진미정,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교수 이른바 '평균 올려치기' 현상이 자녀 양육비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평균 올려치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이 실제 평균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자리매김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4년 우리나라 중위 가구소득은 3인 가구일 때 약 470만 원인데, 실제 사람들은 평균 가구소득을 훨씬 더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전체 고3 학생의 약 10%에 불과한데,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평균으로 생각하는 것도 평균 올려치기에 해당한다. 실제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돌봄과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약 70만 원 정도인데, 자녀를 키우지 않는 신혼부부들은 사람들이 보통 그 두 배를 지출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결과, 무자녀 신혼부부는 그 정도의 양육비를 지출할 경제적 상황이 되지 않으면 자녀를 갖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제적 부담은 '경제적' 원인인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문화적' 원인에 더 가깝다.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출의 내용이 사회문화적으로 결정된다. 자녀를 키우는 비용 중 어떤 것은 고정된 지출이지만 어떤 것은 유동성이 큰 지출이다. 자녀를 키우는 경제적 부담이 커진 것은,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는 비용 때문이 아니라 자녀에게 더 일찍 더 많은 교육적 자극을 제공하는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소영 외 연구(2023)에서, 아동수당 받은 것을 주로 어디에 쓰는지 물어봤을 때 자녀 교육을 위해 쓴다는 응답이 많았다. 영유아기에 받는 아동수당이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사용된다면, 계속 현금성 급여를 확대해도 부모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완화되기 어렵다. 이 부담은 우리가 계속 확대 생산해 내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 부담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부모가 갖는 마음이다. 다만 좋은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키우는 것이 잘 키우는 것일까는 사회문화적으로 다르다. 비싼 장난감, 조기 사교육, 헬리콥터 부모 역할의 가치를 점점 더 높게 평가한다면 자녀를 키우는 경제적 부담은 계속 커지고, 일부 부모를 제외한 우리 대부분은 부족한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 무한 책임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자녀를 뒷받침하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안정된 일상,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너그럽고 따뜻한 지지를 주는 부모는 이미 좋은 부모이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짚어 볼 때이다.
 
□참고문헌
서문희 (2010). 영유아 양육비 추정: 가계동향조사 자료 분석을 중심으로. 육아정책포럼, 6-16.
신윤정, 김지연 (2010). 자녀 양육비용 추계와 정책방안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0-30-8.
이소영, 이지혜, 이철희 (2023). 인구변화 대응 아동수당정책의 재정 전망 및 개선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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