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 제공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혼다의 약진이 심상찮다. 한때 '노 재팬' 운동의 여파로 부진했던 판매량이 올해 들어 가시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아직 판매 규모 자체는 예전같지 않지만, 확장 속도만큼은 어느 때보다 매섭다.
혼다의 재도약은 영문 모를 우연이 아니다. 그간 갈고 닦아온 비장의 무기, 바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저력에 깔려있다. 전기차 '캐즘' 시대에 하이브리드가 급부상한 상황도 혼다의 진면모에 빛을 비추고 있다. 한동안 이어질 하이브리드 강세 국면 속에 혼다는 자체 하이브리드 기술의 폭넓은 진화로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혼다 코리아의 지난달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321대로 전체 수입차 브랜드에서 13위를 기록했다. 판매량 자체는 BMW나 벤츠 등 주요 인기 브랜드에 못 미치지만, 증가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전 2월과 비교해 3월 판매량이 무려 189.2%나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52.1% 급증했다. 올해 1분기 누적 판매량은 6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점유율 확장 속도만 보면 전체 1위다.
혼다의 이같은 약진에는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기술의 강세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013년 1세대 기본 기술이 확립돼 어코드에 도입된 이후 △고출력 밀도화 △고밀도 패키지 기능 통합 △소형 기술 고효율화 △통합 기술 고효율화 등을 기반으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
현재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6세대 CR-V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혼다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운전 조건에 따라 효율을 고려해 엔진 구동 방식을 직렬식과 병렬식으로 자동 전환하는 게 특징이다. 이로써 혼다의 하이브리드는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높은 연비와 친환경성 그리고 경쾌한 주행을 실현한다.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EV 드라이브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엔진 드라이브 등 3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탑재하고 있다. EV 드라이브 모드는 모터의 힘으로만 주행하는 방식이다. 엔진 효율이 낮은 영역에서 EV만 가동함으로써 정숙한 주행을 실현하고 친환경성을 높인다. 도심처럼 저속 주행이 잦은 곳에서 유용하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엔진 출력이 발전용 모터를 거쳐 전력으로 바뀐 후 배터리에 저장된다. 상황에 따라 주행용 모터가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구동력으로 전환해 주행한다. 높은 출력이나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경우 엔진 시동을 걸고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된다. 여기서 엔진이 구동축에 직접 연결되지 않아 엔진 작동의 자유도가 높다. 발전용 모터와 주행용 모터의 협동 제어로 엔진의 최고 효율 지점에서 작동하고 연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엔진 드라이브 모드는 엔진 출력이 직결 클러치를 통해 직접 구동력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고속 크루즈 때와 같이 모터 구동보다 엔진 구동 효율이 좋은 영역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개발했다.
실제 지난 17일 시승한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혼다의 진보된 기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CR-V의 경우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손끝에 전해진 부드러운 주행감이 고속으로 넘어갈 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힘은 안정적인 가속감을 더했고, 속도를 올리는 와중에도 정숙성을 잃지 않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였다. 안정감 있는 가속력과 민첩한 조향이 운전의 즐거움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두 차량 모두 EV에서 엔진으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질감이 거의 없어 인상적이었다. 약 1시간씩 도심과 고속도로를 주행한 이후 가리킨 연비는 CR-V와 어코드 모두 리터당 17㎞ 안팎으로 우수한 효율을 보였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바라보는 혼다의 '진심'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혼다 관계자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며 "정숙하고 경쾌한 주행감을 줄 수 있는 하이브리드 기술로 더욱 진화하고 성숙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