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전도연이 오는 6월 개막하는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전도연은 23일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앞으로 배우로서 해야 할, 해보지 못한 작품이 너무 많다"며 "늘 연극을 갈망했지만 두려움이 컸다.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줘야 해 자신 없었다"고 말했다.
연극 출연을 결심한 건 이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한 사이먼 스톤의 작품을 보고 나서다. 전도연은 "출연 제의를 받고 '어떻게 하면 잘 거절할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스톤이 연출한 '메디아'를 스크린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보는 내내 배우로서 피가 끓었고 출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력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대 위에서 실수도 하겠지만 실수가 두렵지는 않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실수해도 예쁘게 봐 달라"고 웃었다.
배우 박해수와 전도연이 2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이다. 몰락한 귀족 가문과 농민 출신 사업가의 대립을 통해 격변기 러시아 사회를 보여준다. 연극은 고전의 틀을 깨고 2024년 한국의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전도연이 원작의 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 역을, 박해수가 원작의 '로파힌' 역을 재해석한 '황두식' 역을 연기한다. 30회 공연 기간 동안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스톤 연출은 "송도영 역은 매력적이지 않지만 관객에게 사랑스럽게 보여야 한다.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를 봤는데 선역과 악역 모두 매력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했다. 박해수에 대해서는 "전 세계 배우 중 가장 좋아한다. 연약함과 강함을 빠르게 오간다"고 칭찬했다.
스톤 연출은 2022년 한국에서 리서치 기간을 갖고 '벚꽃동산'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이후 LG아트센터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갈 배우들을 물색했고 지난 1월 10명의 배우들과 1주일간 워크숍을 하며 캐릭터의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스톤 연출은 "체호프의 작품을 연극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지만 그는 연극의 문법을 바꾼 희곡작가"라며 "단시간에 급격한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가 원작의 격변기 러시아 사회와 비슷해 한국을 배경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스톤 연출과 처음 만났을 때 배우 각자의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각각의 캐릭터를 배우들이 만든 셈이다. 배역의 이름조차도 함께 지었다"며 "이번 연극은 원 캐스트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영국 내서널씨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을 오가며 활동하는 스톤 연출은 200편 이상의 한국 영화를 관람할 정도로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그는 "2002년 멜버른 필름페스티벌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본 후 한국 영화 팬이 됐다"며 "한국 배우들은 희극과 비극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난 행운아"라고 말했다.
연극 '벚꽃동산'에는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