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노출 모습. 진실화해위원회 제공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 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희생자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생된 아버지를 찾아다닌 93세 아들은 "고향에 땅을 사 놓고 아버지를 기다렸는데, 어머니와 함께 모실 수 있게 돼 참으로 다행이다. 소원은 풀었네"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민간인 집단학살 유해 2구… 최초로 신원 확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한국전쟁 기간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집단 희생 사건에서 나온 유해 유전자를 감식한 결과 2구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민간인 집단 학살 희생자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충남 아산 배방읍과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됐다. 두 유해는 각각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과 대전 형무소 사건의 희생자로 밝혀졌다.
충남 아산 희생사건은 지난 1950년 9월 26일, 온양경찰서 경찰과 대한청년단 등 단체가 지역 주민 다수를 배방면 등에서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희생자는 최소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산 배방읍 공수리에서 62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양팔이 등 뒤로 꺾인 상태였고, 손은 전깃줄 등으로 감겨있었다.
진화위는 2023년 10월, 아산지역 유가족 명단을 확보해 DNA 시료를 채취하는 등 신원 확인에 나섰고, 그 결과 발굴된 유해 1구(A10-3)를 하모씨(93)의 아버지로 확인했다. 유전자 감식 결과 99.99% 일치 결과가 나왔다.
대전 형무소 희생사건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도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 1950년 6월부터 그해 9월까지 대전형무소와 공주형무소, 청주형무소에서는 육군 정보국 소속 방첩대와 헌병대, 지역 경찰을 중심으로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그러다 2022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54구의 유해가 대거 발견됐다. 마찬가지로 손이 결박된 상태였고, 유해 대부분이 20대로 분석됐다. 이어 유해 1구(1지점 A9)가 길모씨(74)의 아버지로 분석됐다.
배방읍 공수리 유해 발굴 현장에서 신원 확인된 유해(왼쪽)와 조사지역 구획도, 진실화해위원회 제공93세 아들 "어머니 홀로 계셨는데 합장할 수 있어 다행"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 하씨의 아들은 이날 오전 발굴된 유골이 아버지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씨의 아들 역시 어느덧 93세의 나이가 됐다.
하씨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에 결과 통보를 받았다"라며 "아이고, 이걸 어떻게 믿나,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참, 마음이 착잡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씨는 아산 영인중학교에서 33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현재도 영인면에서 살고 있다. 그는 30년 전부터 땅을 사놓고 아버지를 기다렸다.
하씨는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은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합장해 드려야겠다고"라며 "그런 생각을 했는데 다행이다. 소원은 풀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자행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의 유해 2구에 대한 신원이 최초로 확인된 이날 김광동 진화위 위원장은 "이를 계기로 신원 확인 작업을 보다 확대하고 더 많은 유가족들의 오랜 염원을 풀어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