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기조 전환을 위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김건희 여사·해병대 특검과 민생회복지원금 등 야당의 주요 의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은 특검을 앞세워 강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까지도 암시했다.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대치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尹, '명품백 의혹'엔 사과했지만…특검법 수용은 거부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22년 8월 이후 21개월 만의 기자회견으로, 총선 참패로 낮아진 국정동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앞선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는 유감 표명에서 나아간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던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편 것이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특검에 대해서도 수사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는 같은 논리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해병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야당 "총선 결과 성찰 없어" 비판…각종 특검법 추진 예고
야당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맹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결과에 대한 성찰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국민 요구를 담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요청과 해병대 특검법에 대해 제대로 된 언급조차 피하면서 사실상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가 열리면 김 여사 주가 조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포함할지를 추가로 논의하겠다며 사실상 특검법 확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 이외의 야당들도 일제히 같은 입장을 보였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변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총선 직후 국무회의 때 인식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정의당 김수영 선임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선 패배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혹평했다.
야당은 대통령의 특검 거부가 오히려 특검을 재추진의 명분이 됐다는 입장이다. 총선 결과로 드러난 민심을 윤 대통령이 이를 끝내 거부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 기조 전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드러났다"며 "결국 총선 민심으로 드러난 특검을 거대 야당이 추진해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까지 암시하며 '강공'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제까지 대통령실의 눈치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국정 기조 변화가 없으면) 국민의 분노가 임계치까지 끓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때보다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탄핵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변화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2대 국회 '먹구름'…민주당 초선들 '천막 농성' 돌입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남은 21대 국회뿐만 아니라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병대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22대 국회에서 범야권 192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만큼, 국민의힘 이탈표를 이끌어내면 재의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김 여사 특검 재발의,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도 관철할 계획이다.
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은 당장 10일부터 국회 앞에서 대통령의 해병대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시작하면서 실력 행사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