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7일 중구 인스파이어에서 열린 '글로벌 톱텐 시티 인천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유치 설명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인천시가 영종·청라·송도 등 경제자유구역과 강화 남단에 세계적 수준의 기업을 유치해 세계 10대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글로벌 톱텐 시티(Global Top Ten City) 인천'이라는 명칭으로 발표한 이 구상안은 발표 직후 10여개의 기업과 투자 유치 협약을 맺는 등 성과를 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지역에서는 현실성을 놓고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톱텐 시티 투자유치 설명회' 개최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일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글로벌 톱텐 시티 인천 투자유치설명회'를 열었다. '글로벌 톱텐 시티 인천'은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세계 10대 도시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기본 뼈대로, 크게 강화 남단과 영종·청라 등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강화도와 영종도의 특성을 살려 관광과 주거, 첨단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강화 남단에는 그린바이오 파운드리, 해양치유지구, 친환경 웰니스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영종~강화 간 대교 건립을 핵심 선도사업으로 추진한다. 강화와 옹진 신도, 영종을 연결해 물리적 접근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1단계로 추진하고 있는 영종~신도 구간이 내년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인천시는 2단계인 신도~강화 간 대교가 신속히 건립될 수 있도록 사업 재구조화 등을 검토해 선도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영종에는 110만평의 '제3유보지'를 바이오·반도체·스마트물류 등이 어우러진 첨단 신산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준설토 투기장은 연안습지를 주제로 한 습지원과 거잠포 해양레저기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중산마린시티에 여가 위락시설인 '피싱(Fishing) 콤플렉스'와 재외동포 주거단지인 '글로벌 웰컴빌리지' 등을 조성해 첨단산업과 관광, 글로벌 인프라가 모두 발전하는 지역으로 만들 방침이다.
또 청라에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환경복합 연구단지'와 하나금융타운 등 다양한 금융기관을 한데 모은 '특화금융 집적단지'를 조성한다. 송도에는 '연구개발(R&D)-인재양성-취업'이 선순환하는 바이오 거점과 신항 배후단지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물류단지 거점을 조성한다.
내항 일대에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한 문화관광·복합업무·산업경제 특화도시를 목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복합시설 큐브(K-ube) 조성을 위한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는 '글로벌 톱텐 시티'는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의 핵심 공약인 '뉴홍콩시티 프로젝트'의 공약 목표를 확장한 구상안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유치 대상을 홍콩 이탈 기업에 특정하지 않고 국내외 모든 기업으로 넓혔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7일 발표한 '글로벌 톱텐 시티 인천' 구상안 일부. 기존에 3곳이었던 경제자유구역을 5곳을 넓히겠다는 내용의 설명도. 인천시 제공인천시 "투자설명회 직후 12개 기업과 MOU 성과"
인천시는 기업 유치에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어 이같은 구상안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인천발 KTX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 개통하면 전국 일일생활권이 가능하고, 인천국제공항도 품고 있어 국내·외 교통이 유리하다.
또 인구 300만명으로 국내 도시 가운데 세 번째로 인구가 많고, 지역내총생산(GRDP) 2위, 224개 기업 입주 등 경제 관련 지표도 높은 편이다. 국내 최대 경제자유구역과 재외동포청 유치 등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글로벌 톱텐 시티' 구상안 발표 직후 국내외 12개 기업이 인천시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보인다.
'글로벌 톱텐 시티 투자 유치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가운데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 글로벌 3위 기업인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인천이 '기업의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84년 경기도 이천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10년 전인 2015년 인천으로 이전한 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2015년 4억5800만달러인 매출이 지난해 25억7300만달러로 5배 가까이 뛰었고, 직원 수도 2015년 2051명에서 지난해 40450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 기업은 이같은 성장에는 신속한 인·허가와 행정 지원, 채용박람회 지원, 임대료 인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 등 인천시의 다양한 지원과 혜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업 활동에 전념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서 유정복 인천시장, 배준영 국회의원, 김정헌 중구청장 등 참가자들이 행사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 인천시 제공시민·주민단체 "기존 공약 재배치 수준…실현가능성 모호" 비판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영종 지역 주민단체 등은 구상안 발표 직후 우려의 입장을 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 "이번 투자유치설명회는 종전 계획을 짜깁기 하고, 공염불에 그친 것들 투성"이라며 "'뉴홍콩시티' 공약을 공식 폐기 선언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이 단체는 이 구상안이 나오기 까지 지난 1년여간 15억원의 연구 용역과 자문단 운영 등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그동안 인천시가 밝혀온 것들의 짜깁기"라고 강조했다.
영종지역 주민단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도 성명을 내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 단체는 이번 투자설명회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종전에 하던 투자유치 관련 사업을 짜깁기한 '종합선물세트'"라며 "뉴홍콩시티 명분을 확장한 게 아닌 사실상 용도 폐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유 시장이 그동안 영종을 국제적 금융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혀왔고, 투자설명회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했지만 실행방안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영종도 제3유보지와 준설토 투기장 등을 주요 투가 가능 지역으로 소개했지만 언제부터 개발이 이뤄지는지 밝히지 않은 데다, 그마저도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인천시 측은 '글로벌 톱텐 시티' 공약은 단순 경제적 측면만 강조한 게 아닌 투자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도시공원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 등을 연계한 장기 프로젝트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