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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가부 산하 공공기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 처분

사건/사고

    [단독]여가부 산하 공공기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 처분

    "장관 보고서 오류있다"며 부장→부원으로 강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범범행위 규정…직장 내 괴롭힘"
    여가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소속 오씨 '직장 내 괴롭힘' 일부 인정
    노동청 시정 조치 미이행으로 과태료 처분받아
    노동위, 인사처분 '부당하다' 판정에도…행정소송 제기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오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주보배 기자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오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주보배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은폐, 노동청 시정명령 묵인, 노동위원회 구제명령 위반.'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에 다니는 오미선(44)씨는 굳은 표정을 한 채 뙤약볕 아래에서 한 시간 동안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상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부장에서 부원으로 부당하게 직위가 강등된 뒤 376일째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직위 강등…"보고서 잘못됐단 이유로 시작된 괴롭힘 일환"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의 '강등' 인사 처분에 대해 지방·중앙 노동위원회는 오씨에 대한 인사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일부 인정됐으나 한가원은 시정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까지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가원의 전략기획부장이었던 오씨는 본부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해 5월 8일부터 소통협력실 일반 부원으로 발령 받았다.
     
    상임이사 B씨는 이 같은 강등 인사가 이뤄지기 약 일주일 전 회사 사람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장관 보고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해 장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직원이 어딘가 본부장이 된다고 합니다. 징계는커녕, 이런 직원을 본부장으로 영전시키는 게 올바른 인사권 행사입니까? 소문이 맞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아셔야 할 거 같습니다."
     
    상사인 B씨가 오씨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은 뒤에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가 단행된 것. 오씨는 "인사 조치는 보고서를 잘못 제출했다는 이유로 시작된 괴롭힘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2021년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요청으로 부하 직원을 통해 '한가원 변호사 인력 증원 관련 사실 확인'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서에 허위 사실이 없는데도 B씨는 보고서에 치명적 오류가 있고, 본인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B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고서 문제를 범법행위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상임이사 B씨가 메신저 앱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 갈무리 화면상임이사 B씨가 메신저 앱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 갈무리 화면
     

    ◇노동위, '부장→부원 강등 부당하다' 판정에…한가원 불복하고 소송 제기

     오씨는 지난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직위 강등은 부당한 인사 처분이라며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지난해 8월 오씨의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지노위는 판정서에서 "보고서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온전히 근로자 탓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용자는 인사 처분을 취소하고 (오씨가)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한가원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 역시 지난해 12월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가원은 중노위 판정에도 불복해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 인사 처분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문 일부중앙노동위원회 판정문 일부
    오씨는 같은 해 6월 한가원 측에 B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두 달 넘게 조사가 시작되지 않아 서울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직권조사를 해 달라고 신청했다는 게 오씨 설명이다.
     
    노동청은 지난 3월 8일 오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해 한가원 측에 가해자(B씨)에 대한 징계 등 시정 조치도 내렸다. 그러나 한가원은 시정조치를 제때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까지 부과 받았다.
     
    오씨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일부 인정됐기 때문에 행위자(B씨)에 대해 조치하라고 시정 지시를 했지만 미이행 됐다"며 "피해자에 대한 조치 역시 미이행해 과태료가 (한가원 측에) 두 번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오씨 "376일 째 고통 지속돼"…한가원 "따로 입장 없다"

     CBS노컷뉴스는 한가원 측에 △오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 △노동청 시정 조치 이행 계획 등을 질의했다. 그러나 한가원 관계자는 "행정소송 중이라 따로 할 말이 없으며 소송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청에 시정 조치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를 납입했는지 묻자 "확인이 어렵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현재 한가원 내에서 직원으로 근무 중인 오씨는 B씨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콕콕 쑤셔 온다고 말했다.
     
    오씨는 "2005년 한가원에 입사한 뒤 몸과 마음을 바쳐 기관에 헌신했는데 돌아온 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인사조치였다"며 "지노위·중노위 구제신청과 괴롭힘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많이 지쳤는데 행정소송 결과를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힘겹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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