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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공'과 '늘공'…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의 달음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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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공'과 '늘공'…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의 달음박질

    [밸런스칼럼 - '突直口']

    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재상인 안영은 재능이 뛰어나도 겸손했으며 공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여서 안자(晏子)라는 칭호까지 붙여졌다. 그런데 그의 마차를 부리는 어자(御者·마부)는 마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길을 비키거나 엎드리곤 해서 마치 자기가 위대해진 듯 착각해 우쭐거리며 마차를 몰았다. 어느 날 뻣뻣해진 목과 함께 근엄한 표정으로 말 채찍을 휘어잡고 마차를 몰던 마부의 모습을 본 마부의 아내가 크게 실망해 일을 마치고 들어 온 마부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이유를 물으니 "안자(晏子)께서는 키가 6척도 안되지만 재상이 되셨는데도 의연하고 겸손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8척의 거구로 남의 마부가 되어 우쭐대고 있으니 그런 당신과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내로부터 크게 무안을 당한 마부는 그 후부터 싹 달라졌는데 그 까닭을 알게 된 안영은 그를 가상히 여겨 훗날 벼슬을 천거했다고 한다. '안자지어(晏子之御)'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에 때아닌 갑질 논란이 한창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 한 간부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사표를 던졌고, 그가 떠나며 SNS에 올린 글은 채 아물지도 않은 '열패감'이라는 도민들의 쓰라린 생채기를 또다시 헤집어 놓고 말았다. 아무리 억울하고 분해도 전북 도민들에겐 건드리지 말아할 '역린'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니들이 이러니까 못사는거야"라는 말이다. 전북이 낙후된 책임이 지역 차별이나 정치적 희생양이 아닌, 도민들 스스로가 못나빠졌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야말로 도민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다 못해… 감정이 격해지니 더 이상은 적지 않겠다.
     
    "부덕의 소치였습니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다보니 미처 언행에 있어 '안영'처럼 겸손함을 챙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직원분께 용서와 혜량을 구합니다. 저는 비록 여기서 물러가지만 남아계신 분들은 모쪼록 우리 고향 전북 발전을 위해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왜 우리가 공직자로 자리해 있는지, 그 존재 이유를 항상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떠나는 마당에 던진 메시지가 이런 내용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접시도 깰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들려오는 바로는 자리를 떠나는 '어공'의 촘촘한 인맥이 이차전지 기업 유치 등에 버팀목이 되었다고도 한다. 전북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중앙부처 고위 관료 출신의 드물지 않은 인재로 능력발휘가 기대됐던 인물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은 본인은 물론, 전북으로서도 큰 손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떠난 어공 출신 간부가 올렸던 글을 보자. "전북이 왜 제일 못사는 도인지 이제 알겠다. 진성성! 일 좀해라! 염치없이 거저 가지려 그만 좀 하고!" 그의 말마따나 혹시라도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로 대응하며 '어공'인 수장의 업무지시를 '늘공'의 곤조로 뭉개는 '을질'이 있지는 않았는지… 오해는 마시라, 진정한 전북 발전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냉정하게 되돌아보자는 취지일 뿐이니. 
     
    최근 조사를 보면 전주시 공무원 전체의 28%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그런 상황을 봤다"고 한다. 어디 전주시 뿐이랴… 이제라도 '안자지어(晏子之御)'가 던지는 겸손이라는 메시지를 곱씹어 볼때다. 그리고 하루 속히 이런 논란을 걷어치우고 반목이 아닌 화목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시국에 서로 같은 편하면 큰 힘이 될텐데…"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광기어린 전두광의 속 보이는 플러팅 대사다. 이에 참군인으로 묘사되는 이태신 장군은 한 마디로 전두광의 쌉소리를 제압한다.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 이 대사를 전북특별자치도 버전으로 옮기면서 졸고를 마칠까 한다. "어공이든, 늘공이든, 전북의 모든 공무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모인 다 같은 편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후 전북을 한 걸음이라도 발전시키기 위한 '달음박질'이지, 배부르고 등따신 동네의 '갑질' 논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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