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하현용 코치. 노컷뉴스V-리그 원년 멤버 하현용이 KB손해보험에서 코치로 새롭게 출발한다.
1982년생인 하현용은 2005년 출범한 V-리그 원년 멤버로 20시즌을 소화했다. LG화재(현 KB손해보험)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우리카드를 거쳐 2022-2023시즌 삼성화재에서 2시즌 간 활약했다.
하현용은 프로 통산 20시즌 동안 577경기(2044세트)에 출전해 3481득점, 블로킹 1018개, 공격 종합 53.88% 등의 성적을 남겼다. 수상 경력은 신인 선수상(2005년), 베스트7 미들 블로커 부문 1회(2020-2021시즌) 등이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하현용은 KB손해보험의 코치로 합류해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27일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난 그는 "감독님도 새로 오시고 코칭 스태프가 바뀌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확실히 코치 입장에서 보니까 선수들의 다른 면이 보이고, 선수 때는 몰랐던 고충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미겔 리베라 감독 체제에서 유일한 한국인 코치다. 소통이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있지만 하현용은 "다른 팀을 보면 한국인 코치가 몇 명 있는데, 우리 팀에는 나 혼자만 있더라"면서 "주위에서 혼자 힘들겠다고 걱정하시지만 아직은 괜찮다"고 씨익 웃었다.
미겔 감독에 대해서는 "선수 출신이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런데 분석 등 많은 걸 준비하셨던 것 같다"면서 "나는 이제 막 은퇴해서 분석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 팀에 오래 있고 싶고, 감독님과 코치들에게 많은 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를 악물었다.
코치로서의 업무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현용은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에 코치로 참가했는데, 감독님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영상을 통해 분석하더라. 새벽까지 코치들과 회의했다"면서 "다른 팀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회의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삼성화재 시절 하현용. 한국배구연맹하현용이 은퇴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된 뒤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밀려났다"면서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고심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팀에서 연락이 와서 공백 없이 배구 인생을 이어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 몸 관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아직 선수 때 버릇이 남은 듯하다. 하현용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하지만, 살이 찌는 게 느껴져서 불안하더라"면서 "매일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운동하기 전 새벽에 나와서 따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뒤 하현용을 비롯해 박철우, 김해란, 여오현, 정대영 등 V-리그 원년 멤버들이 줄줄이 은퇴를 선언했다. 하현용은 "공교롭게도 다 같이 나간 듯한 느낌이 든다. 다들 각자 계획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솔직히 남들 걱정할 틈이 없었다. 은퇴하면 알아서 할 일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행히 코치를 할 기회를 잡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게 아쉽다. 하현용은 "우승을 못 하고 은퇴해 아쉬움이 있지만 빨리 떨쳐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카드에서 첫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았으나,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면서 "우승은 못 했지만 그 시즌에 KOVO컵 우승을 하면서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소리 소문 없이 코트를 떠난 만큼 팬들의 아쉬움도 클 법하다. 하현용은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지만,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다"면서 "계속 배구를 하고 있을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KB손해보험 시절 하현용. 한국배구연맹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하현용은 "처음 입단 당시 팀이 우승을 못 하고 있었다. 은퇴하기 전에는 꼭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지만,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서 아쉬움이 컸다"면서 "이제 지도자로 우승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시즌 팀이 많이 안 좋았지만, 내가 코치로 온 만큼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유일한 한국인 코치인 만큼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은 내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외국인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외국인 코치가 요즘 내게 많은 걸 물어보고 있다. 한국인 코치로서 잘 설명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