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말 자진 철거 앞둔 부산 해운대구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김혜민 기자 20여 년간 자리를 지킨 부산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올해 여름을 끝으로 사라진다. 오는 7월 해수욕장 전면 개장 전까지 점포를 철거하기로 협의한 상인들에게서는 시원섭섭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평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해안도로 끝에는 알록달록한 포장마차들이 일렬로 이어져 있다.
한 달 후 폐점을 앞두고 몇몇 가게만이 드문드문 문을 연 모습이었다. 일대 상인들은 해운대구와의 협의에 따라 점포를 다음 달 말까지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상인들은 이른 시각부터 나와 저녁 장사 준비로 분주했고 제법 더운 날씨 탓에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다. 바삐 장사를 준비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서만 23년간 장사했다는 허순권(77·여)씨는 "상인들이 한 마음으로 비켜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점포 수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원래 올해 1월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는데 구에서 6개월간 더 봐줘서 장사를 더 했다. 그동안 해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료 준비로 여념이 없는 상인 이재희(70·여)씨는 포장마차촌이 형성되기 전부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서 40여 년간 장사한 기억을 회상하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외국인도 구경하러 많이 오고 연예인들도 자주 찾아왔다. 오면 슬쩍 천막 내려서 가려주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바다 보면서 소주도 마시고 즐거운 사람끼리 이야기하는 낭만이 있는 곳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구청에서 포장마차를 양성화해 관광지처럼 만들어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면서 "인근에서 오래 장사하며 아이들도 먹여 키우고 좋은 기억이 많다 보니 철거를 앞두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덧붙였다.
상인 오명희(60·여)씨도 "상인들은 자진 철거 날짜까지 정해두고 직접 짐을 다 치우기로 했다. 시원섭섭하지만 그동안 혜택 받은 것도 감사하다"며 "가는 사람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의 한 점포. 김혜민 기자 40여 년 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는 포장마차 등 200여 개에 달하는 점포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일대 거리를 정비하면서 70여 개로 점포가 압축됐고 지금의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형성됐다.
구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점포는 32곳이다.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지난 20여 년간 자리를 지키며 해운대해수욕장의 관광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릴 때마다 유명 영화계 인사들이 찾아 명성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당하는가 하면, 소음이나 불법 시설물 등 민원이 잇따른 게 철거 결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해운대구는 상인들과 협의해 포장마차촌 철거 절차를 밟고 있다. 구는 지난 21일 철거를 위한 계고장을 발부한 상태다.
구는 해수욕장이 전면 개장하는 오는 7월 전까지 철거를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추후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영장 발부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상인분들도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다는 데 공감하고 있고 더 이상 철거를 유예하기 어렵다는 상황도 이해하고 있다"면서 "자진 철거하기로 협의를 이룬 만큼 오는 6월 말 물리적 충돌 없이 포장마차촌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