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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접 140억배럴 밝혔지만…"매장량이 곧 생산 아냐"

산업일반

    대통령 직접 140억배럴 밝혔지만…"매장량이 곧 생산 아냐"

    여러 번 석유 매장 가능성 제기된 '포항 영일만'
    "140억배럴 현실화 하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희망적"
    "가능성과 경제성은 또 다른 문제…섣부른 기대 자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한국이 산유국 반열에 오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과거 여러 번 실패 경험 등을 바탕으로 시추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국정 브리핑을 통해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탐사 시추 승인 사실을 밝혔다.
     

    과거에도 발견된 곳…이번에는 진짜있을까?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지역은 포항 영일만 일대로, 과거 1976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석유 발견 가능성이 높다고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당시 발견된 양은 200L 정도의 소량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1년여 만에 그 사업은 중단됐다.
     
    이번에 석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해 심해 가스전은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걸쳐 있다. 지난 2004년~2021년 상업 생산을 했던 동해 가스전의 위치에서 북쪽 해역에 위치해 있다.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강천구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건, 과거 상업생산을 했던 곳 인근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정부가 미국 심해 자원 평가 전문업체인 액트지오(Act-Geo)사에 심층분석해 줄 것을 의뢰한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액트지오사는 실력과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라면서도 "국내 자문단 검정도 하고 권위자를 통해서 3중 4중 검증을 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성공확률을 20%로 봤는데, 통상 탐사시추 1공당 성공률이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 점과 비교하면 확률은 이전보다 높은 편이다.
     
     

    이제 '시작' 단계…과도한 기대 섣불러


    잔잔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연합뉴스잔잔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연합뉴스
    정부는 140억 배럴에 대해 "우리나라가 석유 최대 4년, 천연가스 29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으로 "원유와 가스를 구입하는 평균 가격으로 환산하면 1조 4천억달러(1930조 6천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1년 석유소비량이 약 9억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소비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가능한 양이다.
     
    인하대 강찬구 교수는 "140억에 못미치는 50억 배럴만 생산된다고 해도 우리가 자원 빈국이란 얘기는 더 이상 듣지 않게 된다"면서 "에너지 자원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의 경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40억배럴은 추정일 뿐, 향후 시추 과정 등을 통해 보다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최소 5번은 뚫어야 하는데 1공을 뚫는데 1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시추 과정 중에 사업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도 있고 다시 정밀 분석부터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또 심해 유전의 경우 시추 비용도 크고 생산 효율이 낮아 보통 매장량의 30~40%가 생산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추정치 140억배럴이 모두 생산 될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1998년 발견해 2004년부터 가동한 가스전은 기대와 달리 적은 양으로 2021년 가스 고갈로 가동을 멈췄다. 약 17년 동안 순이익은 1조4천억원에 그쳤다.
     
    강주명 서울대 자원공학과 명예교수는 "양을 지금 논하기에는 이르다. 사우디 같은 경우 층서트랩이어도 대형 유전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개발이 쉽지가 않다"면서 "지금은 가능성을 논하는 단계인데 매장량이나 기대효과까지 말하는 건 이르다"고 평가했다.

    익명의 한 학계 관계자는 "석유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과 또 경제성으로 가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지금 열 단계 과정이 있다면 이제 1단계 거친 수준인데, 가능성만 가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건 다른 나라나 기업들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심해 유전과 가스전 경험이 없어 신중히 판단해야 하다. 추가로 검토도 하겠지만 가장 큰 작업은 시추에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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