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올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81)의 '고령 리스크'와 관련해 "최근 여러 비공개 회의에서 인지력 저하 징후가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만난 45명 이상의 증언을 수개월간 추적·인용해 5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대다수의 증언들은 공화당원쪽에서 나왔지만, 일부 민주당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이 쇠퇴하는 조짐이 있었음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안보예산안 통과를 위해 의회지도자 24명과 협상을 가졌는데 이때 너무 작게 이야기해 일부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말을 듣는 것이 힘들었을 정도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메모를 읽은 뒤 지나치게 긴 시간 침묵을 지키거나, 너무 오래 눈을 감고 있어 집중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회의 도중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합의된 내용을 반복해 읽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5월 부채 한도 인상 협상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때때로 즉흥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미 해결된 의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부채한도 인상 협상으로 여러차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공화)은 "부통령일 때 여러번 바이든을 만났고, 집에도 가곤 했다"며 "바이든은 그때 그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날카롭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의회 지도부 협상에 자리를 함께했던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 등 '고령 리스크'는 대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가장 신경을 쓰며 대처를 하고 있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몇 년간 각국 정상들의 이름을 혼동하거나 심지어 공식 행사 도중 넘어지는 일이 발생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푸틴이 이라크에서 분명히 지고 있다"고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했고, 김정은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잘못 부르기도 했다.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만 86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3월 WSJ이 경합주 7곳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통령직에 더 적합하다'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한편 백악관측은 WSJ 기사에 대해 "공화당원들이 보수 매체 등에 했던 거짓 주장을 그대로 실은 WSJ가 놀랍기까지 하다"며 "기사에서 대통령을 비방하는 사람들은 실명을 사용하기 두려워하는 정치적 정적들 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