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유럽의회 선거 참패 마크롱, '조기총선' 승부수 던져
'고위험 도박', '불장난', '허공을 향한 점프'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하자 프랑스 언론을 포함한 외신들은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이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 패배에 대해 개각을 단행하거나 이민과 실업 정책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강도높은 승부수를 걸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극우 세력의 확산을 막고 남은 임기 내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만약 마크롱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조기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더 확장된다면 그가 떠안아야 할 정치적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조기총선이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크롱의 '도박'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은 파리 올림픽 개최 한 달 반을 앞두고 조기총선을 결정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르펜 극우정당 확산세 막기 위한 정면돌파 의지
르파리지앵지는 '벼락이 떨어졌다'고 전했고 르몽드는 '허공을 향한 점프'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단아 프랑스 대통령의 도박'이라고 했고 르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굴욕적 패배에 맞서 모든 것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1.5%의 득표율로 자신이 속한 르네상스당(14.6%)을 크게 앞지른 극우 국민연합(RN)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는 비상 수단 밖에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RN은 마크롱 대통령과 두차례 대선에서 붙은 마린 르펜이 이끌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유럽의회 선거에서 르펜이 승리했지만 총선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을 선언하면서 "민족주의자와 선동가들의 부상은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에 대한 위협"이라며 "스스로와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프랑스 국민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 득세에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선거운동에 나서 국민을 설득하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유럽의회와 프랑스 총선의 제도가 다른 만큼 총선에서 RN이 다수당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당수. 연합뉴스조기총선서 RN 다수당 되면 마크롱 치명타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판단대로 총선 결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RN이 예상보다 더 약진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약진한 배경에는 고물가 등 경제 불안과 이민자 문제 등이 있는데, 이같은 문제가 단시일내 해결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조기 총선'이라는 도박에서 극우의 상승세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칫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 있다. 조기 총선에서 우파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극우파가 1당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조르당 바르델라(28) RN 대표와 어쩔 수 없이 손잡아야 한다. 르펜은 바르델라를 총리로 밀겠다고 밝힌 다 있다. 의회 권력이 극우 세력에 넘어간다면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내내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1986년과 1993년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아래서 두 차례 '동거 정부'가 구성됐으며, 1997년부터 5년 동안에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좌우 동거 정부가 있었다.
한편,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는 30일 실시되며, 결선 투표는 7월7일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