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배관 또 터졌네'…'폭발 사고' 재해자, 가족에게 건넨 카톡보니



전북

    '배관 또 터졌네'…'폭발 사고' 재해자, 가족에게 건넨 카톡보니

    전주 리사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재해자의 메시지…
    2~3도 화상…한 달 넘도록 중환자실
    사측 "사명감에 일했다"…직원, 잦은 고장 괴로움 '호소'

    재해자 카카오톡 메시지 재구성. 김성기 기자재해자 카카오톡 메시지 재구성. 김성기 기자
    '새벽 1시에나 끝나려나.'
     
    전북 전주 리사이클링타운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고 발생 36일 만에 회사는 다시 운행에 들어갔지만, 작업자 5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일부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경찰은 재해자 대부분이 중상으로 진술이 어려운 점 등 수사가 길어질 것을 예고해 폭발 사고의 진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폭발 사고' 재해자가 사고 전 가족과 나눠왔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평소 근로 여건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사무직 입사, 하는 일은 잡부…'내 자리도 없어'

    지난해 11월 1일. A씨는 성우건설 사무직으로 입사, 약 7달 만에 가스 폭발 사고를 겪게 됐다.
     
    신혼의 단꿈도 마음껏 꾸지 못한 채 전신 화상으로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A씨. 그는 사무직으로 입사했지만, 건물 외벽 청소를 하거나 지게차를 움직였다. 사무직에 입사한 그가 무슨 연유에서 소화슬러지 배관 교체공사에 투입돼 폭발 사고를 겪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A씨는 입사 첫날 '10일간 이론과 장비 관련 교육을 받는다'며 가족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가족은 사무직이 장비 교육을 받는 것에 의아함을 표시했지만, '회사 차원의 교육이겠거니' 싶은 마음에 대화는 짧게 끝났다.

    전주 리사이클링타운 설비 모습. 독자 제공전주 리사이클링타운 설비 모습. 독자 제공
    하지만 교육이 진행될수록 궁금함은 쌓여갔다. A씨의 가족은 회사 측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혀왔다. 실제 A씨는 '기계가 어찌 돌아가는지'를 배우고 있다고 보냈고, 그의 가족은 '사무직이 맞는 거지?'라고 애써 웃기도 했다.
     
    신입 직원 A씨에게 마련된 공간조차 없었다. A씨는 '자리도 없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받고 해서 붕 떠 있는 느낌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회사에 공간이 없는 A씨가 해야 했던 일은 '잡일'에 불과했던 것을 그의 메시지가 말하고 있었다.
     
    A씨가 회사 업무에서 뿌듯했던 순간은 단 한 차례 파악됐다. 그는 '오빠가 만들고 있어'라며 가족에게 자신이 만든 근무표를 보내며 자랑스러워했다. 그가 원했던 업무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지만, 정작 A씨가 했던 일은 건물 외벽을 물청소하는 업무 등 '정해진 일'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이후 기자회견에서 성우건설 등 운영사 측은 A씨를 포함해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한 업무에 대해 "폐수가 흘러가는 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이라며 "2년에 한 번씩 배관을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접기는 사용하지 않으며, 쇠붙이를 연결하다 보니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작업과 무관한 직책을 가졌던 A씨가 '야간작업'에 투입됐어야 하는 이유. 회사는 "자체 판단으로 인한 작업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전했다.

    전주 리사이클링 타운 재해자 카카오톡 메시지. 김대한 기자전주 리사이클링 타운 재해자 카카오톡 메시지. 김대한 기자

    '새벽 1시에나 끝날 것 같은데'…밤낮 가리지 않은 고장

    A씨의 일과는 '#고장 수리 #청소'의 반복으로 추정된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회사 내 배관 등 기계의 잦은 고장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알리고 있었다.
     
    A씨가 가족에게 보낸 3장의 사진에는 배관으로 추정되는 장비 모습이 담겼다. 부품마다 녹이 슬었고, 잔뜩 쌓은 먼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가족은 '설(날) 전에 고장 난 거를 고치느냐'고 물었고, A씨는 '또 고장이 났다'고 대답했다. 이 외에도 '배관이 또 터졌다' 등 설비에 대한 고장이 잦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카톡이 이어졌다.
     
    또 다른 설비 고장 관련 사진에는 '가스 탱커'로 추정되는 물체들 사이로 몸을 구겨 넣은 작업자의 모습도 보인다. 또 다른 직원은 해당 작업 과정에서 보호 마스크도 끼지 않는 등 다소 위험한 모습도 연출됐다.
     
    이와 같은 업무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았다. A씨 가족은 '아이를 보던 저녁 시간 갑자기 회사로부터 설비 고장 연락을 받고 (A씨가) 뛰쳐나갔다'며 '밤 12시가 되도록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날 A씨는 밤 10시가 돼서야 폐기물 사진과 함께 '90톤(t) 중 이제 20톤(t) 남았다'며 '(새벽) 1시에나 끝날 것 같다'고 전송했다.
     
    이후 그는 '오늘은 소화조다. 오물을 맞아 냄새가 심하다 밥 먹는데 냄새나가지고 제육인데 먹다 버렸다. 겁나 힘들어'라고 전한다. 소화조는 통상 폐수나 오염된 물을 깨끗이 하는 큰 통을 칭한다.
     
    운영사 측은 사고 발생 후 기자회견에서 "사측에 보고 없이 팀장급 직원들의 자체 판단하에 진행된 작업으로 본인들이 애사심이라든지, 사명감 때문에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가 왜 지하층에 쌓였는지, 또 발화 원인은 무엇인지 등 진술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경찰의 수사는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메시지는 '(주말인데) 낼 정상출근. 설비 고장 나서 근무한다. 일요일은 당직이고 하루 안 쉬었으면 일주일 풀 근무할 뻔'이라고 말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