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LO(국제노동기구) 112차 총회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기자단 제공 한국노총과 경총 간의 노사 대화 테이블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총과의 노사 대화를 위한 실무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LO(국제노동기구) 112차 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노동자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상대방에 있는 자본으로 대표되는 경총이나 대한상의, 정권과도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화하고 문제의식을 던지지 않으면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30일 경총이 주최한 한국노사협력대상 시상식에서 "노·경총이 중앙단위 노사의 공동 관심사와 의제를 발굴해 내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공동의 사업을 집행해 미래세대를 위한 노사의 신뢰 자산을 축적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ILO 총회에서 기자들에게 "경사노위 대화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본다"며 "한국노총과 경총이 서로 대화하는 것은 상당히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의제까지 서로 구체적으로 조율된 것은 아니고, 제가 제안했던 것에 대해 서로 실무선에서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가 논의하는 단계"라고 준비상황을 밝혔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테이블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경사노위를 패스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노사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서로 입장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경사노위 틀 내에서 중요한 대화를 하더라도 노사가 공통의 관심사나 협조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고, 협력관계도 증진해 (경사노위 밖에서) 터놓고 대화함으로써 경사노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대화보다 거대 야당과 협조해 국회를 통한 입법 투쟁에 무게를 둔다는 지적에는 "노란봉투법 등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아무리 강력한 야당이 됐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법을 바꿀 수 있는가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여당은 노사문제를 계층 간 대립 구도로 보는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난 2년 간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은 초토화됐다"며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편향적인 태도를 버리고 노동계와의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 회계 공시 등 노동 정책을 "그동안 눈 감아줬던 것을 이번에는 제대로 지키는지 한번 들여다본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법치주의'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이 법을 어긴 것이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법을 어긴 것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처리하면 되는데, 법을 내세워 노동시간을 늘리는 등 노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연계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