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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용처 바뀌는 주택도시기금, 국토부 전권 괜찮나"

경제정책

    "정권 따라 용처 바뀌는 주택도시기금, 국토부 전권 괜찮나"

    청약저축·복권기금·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달한 '국민의 기금'
    법률상 운영 주체 HUG이지만…위원회 등 국토부가 사실상 전권 행사
    국토부 정책 재원으로 활용되는 현실…올해 신생아 특례대출·PF 사업장 구제 투입 예정

    연합뉴스연합뉴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청약저축과 팍팍한 살림 속 로또복권 구입액 등 시민 한 명 한 명의 기금으로 조달한 주택도시기금이 불투명하게 운용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부는 공공주택 청약 시 월 인정액 납입 한도를 현행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려 기금 확대에 나섰는데, 이렇게 확대한 기금을 경매위기 미착공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분양 사업장 구제 및 부동산 부양을 위한 신생아 특례대출에 투입할 예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장경석 선임연구관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주택도시기금 거버넌스 구조 개선방안' 포럼에서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전권을 쥔 채 규정과 의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주택도시기금 운용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주택도시기금은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기금"이라며 "전국민이 모은 재원으로 조성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기금"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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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도시기금은 1981년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되면서 '국민주택기금'으로 시작했다. 이후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목표로 2015년 주택도시기금법이 제정되면서 명칭을 변경하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운용·관리를 위임했다.

    한국의 독특한 내 집 마련 형태인 '선(先)분양' 참여 자격 조건인 '청약저축'이 대표 재원이고, 집을 살 때 준조세처럼 의무매입하도록 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 자금과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이 밖에 융자금 회수 및 여유자금 운용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기금의 지출 규모가 연간 100조 원에 달하는데, 예산이라 국회 통제를 받긴 하지만, 사실상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방향대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국토부의 2024년도 기금운용 계획에 따르면 올해 105조 4천억 원가량을 지출할 예정이다.  

    물론 기금의 법률상 운용 주체는 HUG이고, 기금 운용을 통제하는 5개의 위원회(△기금운용심의위원회 △자산운용위원회 △대체투자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성과평가위원회)도 별도로 두고 있다.

    문제는 기금운용심의위원장을 국토부 주택정책관이 맡고, 자산운용위원회도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이 위원장을 맡는다는 점이다. 기금운용위 개최 횟수를 보면 연간 13회 정도 열리는데 대부분 '형식처럼' 원안의결 된다는 게 장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특히 "국토부는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 기금인데, 국토부가 HUG를 수직적 관리하다 보니 실제 운용되는 내용을 보면 국토부의 주택정책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기금이 쓰이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용처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 사업자를 지원할지, 민간임대와 행복주택을 확대할지 등 특정 정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택정책에 따라 기금운용 현황도 변동해 왔다는 설명이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계정과 도시계정으로 운용되지만, 주택계정 규모가 100조 원 대에 달해 1조 원대에 그치는 도시계정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사진은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 캡처주택도시기금은 주택계정과 도시계정으로 운용되지만, 주택계정 규모가 100조 원 대에 달해 1조 원대에 그치는 도시계정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사진은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 캡처
    주택도시기금의 운용상 불투명성과 급격한 변동성은 올해 국토부가 기금 37조 2천억 원을 투입할 항목들과 관련해서도 시사점을 준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9억 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최대 5억 원을 1% 금리로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떨어지던 집값을 올린 '1등 공신'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부동산을 부양할 대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국토부는 경매위기 미착공 PF 분양 사업장을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로 전환해 구제하는 데도 기금 일부를 투입할 예정이다. 건설사 미분양 물량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한 것처럼, 사업성 악화로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을 주택도시기금으로 사들여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편 국토부는 과거 민영·공공주택 중 하나에만 청약이 가능했던 청약예·부금, 청약저축 등 기존 입주자저축들을 모든주택 유형에 청약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하고, 공공주택 청약시 월납입금 인정한도를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지난해 분양가 고공행진으로 청약저축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부동산 거래 감소로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이 감소한 데다, 2021년 말부터 올해 3월 말 사이 여유자금 35조 원이 증발하는 등 기금 감소세가 계속되자 재원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95조 4377억 원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에는 116조 9141억 원이 조성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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