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 북한을 방문한다. 24년만의 북한 방문이다. 양국의 군사협력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 올리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양국 조약을 갱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을 지우고 있는 상황에서 조약을 갱신할 경우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 조항의 삭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앞서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발전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 세우고 전 방위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문제 토의에서 일치 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 세운다는 대목은 지난 2000년 조인한 북·러 조약의 갱신에 양국이 합의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북한을 방문하면 일종의 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한국학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러시아 매체 프리마메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조약체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협정)문서에 군사·정치적 요소가 어느 정도 포함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61년 옛 소련과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은 "무력침공을 당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전쟁 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한소수교 이후인 96년에 이 조약은 폐기됐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1차 방북을 계기로 다시 조약을 맺었는데, 이 조약은 경제·과학·기술·문화 분야 등의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군사부문은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양측이 "즉각 접촉 한다"는 내용만을 담았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강화된 북·러 관계를 반영해 군사안보협력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높이는 쪽으로 조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조약이 갱신될 경우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존 조항이 어떻게 변화될지도 관심이다. 1961년과 2000년 북·러 조약은 모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평화통일 기조'에 대한 포기 선언을 한 뒤 '선대의 통일 흔적'을 지속적으로 지우고 있다. 더 나아가 유사 시 핵무기를 동원해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 수복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경우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해 온 러시아가 어떤 변화된 입장을 보여줄지 초미의 관심사"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책 전환에 화답해 평화통일 조항이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지난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된 북·러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두 나라 관계를 이른바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지난해 9월의 정상회담을 상기시키며 "우리들 사이의 뜻 깊은 상봉에 의하여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승화된 조로 친선협조관계는 더 높은 단계의 국가관계에로 끊임없이 강화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푸틴의 방북 기간에는 이 같은 '전략적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다양한 행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군사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조약의 갱신여부와 함께 북한의 핵 보유나 각종 첨단무기 교류 등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어느 정도까지 발언을 하는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4년 만이기도 하지만,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주석의 방문과 함께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비중 있는 외국 정상의 방문이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이에 따른 외교적인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의 권위를 높이고 내부 단결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