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거제시장. 거제시청 제공 약 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하반기 앞두고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이 "신속, 공정한 입찰이 돼야 한다"며 HD현대중공업과 경쟁 중인 한화오션에 힘을 실었다.
박 시장은 13일 성명서를 내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자 선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의 군사 기밀을 불법 유출한 범죄 사실을 명확하지만, 방위사업청은 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 유지를 사실상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DDX 사업자 선정의 키를 잡은 산업부와 방위사업청이 선정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대우조선해양을 전신으로 한 한화오션은 우리나라 전투함 계보를 이어온 수상함 명가"라며 "한국형 구축함 사업인 KDX-Ⅰ·Ⅱ·Ⅲ 사업과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Ⅰ·Ⅱ·Ⅲ 사업을 모두 수행한 국내 유일의 방산업체로서, 국내 최초로 전투함을 수출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내를 넘어 방산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화오션의 군사기밀을 빼돌린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자로 단독 지정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방위사업법의 기본이념은 방위사업의 투명성·전문성·효율성을 증진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며 "군사기밀 유출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전 청장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방위사업법의 기본 이념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DDX 건조를 위한 신속한 복수 방산업체 지정과 공정 경쟁 입찰로 K-방산의 근간을 바로 세울 때가 바로 지금"이라며 "거제시와 시민은 향후 절차를 예의주시하며, 산업부와 방사청의 공명정대한 실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둑맞았는데' 경쟁 입찰로 VS '관례대로' 수의 계약
올해 하반기 발주 예정인 KDDX 수주를 놓고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이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2012년 개념설계를 따냈지만, 이어진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초도함까지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군사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하고 공유한 혐의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방사청은 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 자격을 유지했다.
방사청의 판단에 힘을 실은 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하자는 주장이다. 군사기밀 탈취라는 불법 행위로 보안 감점을 받기 때문에 경쟁 입찰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탈취라는 중대한 범법 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에 수의계약은 부당하다고 맞선다.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이 따낸 기본설계를 사실상 '도둑' 맞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빼돌린 군가기밀 자료에는 KDDX 개념설계도 포함돼 있다. 한화오션은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법 모두 경쟁 계약을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리들이 서로 얽히면서 두 업체는 현재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KDDX 모형. 연합뉴스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 KDDX 건조 사업 참여를 위한 방산업체 지정 신청을 했다. 산자부는 방산업체를 복수로 지정할지, 단수로 지정할지 결정한다.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약점을 떠안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이 원하는 대로 수의계약을 따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방산사업 수주전을 보면 소수점 단위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사례가 많아 경쟁입찰로 간다면 현대중공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KDDX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사업의 수의 계약 또는 경쟁 입찰은 방사청이 결정할 사안이다.
KDDX 사업은 6천t급 미니 이지스함을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총사업비가 7조 8천억 원에 이른다.